오월창작가요제 대상에 ‘삼점일사’의 ‘돈키호테’
2024년 06월 02일(일) 15:20
(사)오월음악, 5·18민주광장서 진행 오월창작가요제 성료
“자유의 여정 기사단에 빗대...험난한 민주화 과정 형상화”

삼점일사가 코로나19 기간 에버랜드에서 펼쳤던 페스티벌 공연 장면.

“도시는 이미 잠들었고/ 나 이곳의 돈키호테/ 내 곁엔 산초와 로시난테//마음속에 담아두었던/어릴 적 나의 기사 돈키호테”(삼점일사 ‘돈키호테’ 중에서)

세르반테스의 소설 속 기사 ‘돈키호테’는 라만차의 풍차를 거인이라 생각하고 무모하게 돌진했다. 세상은 그를 보고 어리석다며 손가락질했지만, ‘자유’를 꿈꾸며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1980년 5월 광주에도 수많은 ‘돈키호테’들이 있었다. 거대한 신군부의 압제에 저항하던 민주 열사들은 오늘날에도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환기한다.

사단법인 오월음악이 주관하는 제14회 전국 오월창작가요제가 최근 5·18민주광장에서 막을 내렸다. 본선에 총 8팀이 올라 경연곡·비경연곡 등을 각각 2곡씩 노래했다.

올해 대상의 영예는 삼인조 그룹 ‘삼점일사’가 안았다. 수상곡은 세상의 편견에 저항하고 자유를 희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 ‘돈키호테’. 삼점일사에게는 트로피와 함께 창작지원금 1000만 원이 수여됐다.

삼점일사 리더 김태강은 “때로 세상은 우리가 가는 길이 틀렸다고 부정한다.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것이 예술이든, 민주화의 여정이든 저마다의 가치는 부정받곤 한다”며 “‘돈키호테’는 삼점일사 세 멤버들을 각각 ‘돈키호테’, ‘산초’, ‘로시난테’에 빗대 기사단이 ‘자유’를 찾아 떠나는 험난한 모험을 형상화한 작품이다”고 했다.

2021년 싱글 앨범 ‘도미노’로 데뷔한 삼점일사는 리더 김태강(드럼), 베이시스트 김현우, 보컬 및 피아노 박상호로 이루어진 삼인조 남성 밴드다. 지난해 제2회 인디뮤직페스티벌에서 인디오텀 루키부스 3위, M인디열전에서 TOP10에 진출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삼점일사는 방황하는 동시대 청춘들에게 ‘희망’과 ‘자유’를 선사하는 음악적 색채를 지향한다.

“우리는 기사단 모두들 비켜라/(…)/수 많은 벽들이 우리를 막아도/우린 적들을 무찔러 위로 향해 간다”(‘활력기사단’ 중에서), “I say one two 춤을 춰/아무 생각 안 나게/지금 너와 나의 무대가 시작된다”(‘춤을 추자’ 중에서) 등 발표곡들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제로 만들어졌다.

특히 수상곡 ‘돈키호테’는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 드럼, 보컬사운드의 합이 돋보이는 곡으로 이번 경연에서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8회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정밀아, 제13회 금상 수상자 레드클라인이 축하 공연으로 경연 열기를 더했다.

최근 ‘제14회 전국 오월창작가요제’가 5·18민주광장에서 막을 내렸다. 사진은 이번 경연에서 대상을 받은 ‘삼점일사’ 팀이 지난해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장면. <삼점일사 제공>
한편 삼점일사 팀과 광주와의 인연도 궁금했다. 삼점일사는 지난해 ‘광주 버스킹월드컵’, 광주예술의전당 공연예술축제 ‘그라제’ 진행 당시 광주를 처음 방문해 광주 아티스트들과 교류했다. 지역 예술가들과 로컬 푸드를 먹고 인디신 음악을 함께 감상하며 광주문화와 예술의 진가를 느꼈다.

수년 전부터 오월창작가요제에 대한 관심도 키워 왔다. 가요제에 곡을 출품하려 했지만 5월에 대한 메시지와 작품성을 겸비한 적절한 곡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올해 비로소 광주정신과 접맥하는 곡 ‘돈키호테’를 완성해 대상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김 씨는 삼점일사의 음악적 지향점에 대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치유의 힘을 지닌 ‘예술의 선한 영향력’을 믿는 편”이라며 “개인주의화 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음악을 매개로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매개”라고 말했다.

김 씨는 팀명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도 “‘무한대’를 의미하는 숫자인 ‘파이’(π·삼점일사)에 한계 없는 우리들의 ‘음악적 가능성’을 담았다”며 “한편으로 광주민주화운동과 자유, 청춘들이 목소리 등 다양한 주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무대에 서서 따뜻하게 바라봐주던 광주 시민들의 눈빛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날의 광주’를 주제로 노래한다는 취지에 공감해서인지, 관객들이 따뜻한 미소와 호응을 보내줘 자신감 있게 노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제14회 오월창작가요제 금상은 풀잎이슬 팀의 ‘오월의 날’, 은상은 허정혁의 ‘촛불이 켜지면’이 차지했다. 노올량의 ‘노래가 필요해’가 동상을 받았으며 장려상은 양산동 호랭이(‘My Love Highway’), 우나(‘지구멸망?’), 은별밴드(‘그날을 피운다’), 몽글(‘사랑하며 살아갑시다’)이 수상했다.

오월창작가요제 본선에 입상한 8곡 음원은 오는 6월 중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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