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파기로 기로에 선 GGM- 양진석 광주경영자총협회 회장
2024년 05월 29일(수) 21:00
대한민국 제1호 상생형 일자리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기존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탈피하여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현하는 새로운 사회 통합형·연대형 일자리 모델이다.

‘광주형 일자리’ 설계 당시 우리나라에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오던 제조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와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해 생산성은 약화하고, 기업은 줄어들어 지역의 청년인구는 지속 유출하고 실업률은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광주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는 절박한 공감대 속에서 시민사회·노동계·현대차·광주시가 ‘노사민정 대 타협’의 산물로 탄생시킨 것이 광주형 일자리이며 그 결과물이 GGM이다.

GGM이 설립되기까지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있었다. 노조의 임금협약 유예기간을 누적 생산 35만 대까지로 한다는 협약은 노동계의 반발, 노동이사제 도입은 경영자 측이 반대하는 등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광주시와 지역사회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으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마음을 움직였고 합의에 이르렀다. 이는 우리지역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광주를 떠나게 놔둬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나고 자란 고향에서 일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모였기에 가능했다.

숱한 어려움 속에 탄생한 GGM이 법인 설립 5년을 맞아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하다. 얼마 전 GGM 노동조합이 연이어 결성된 데 이어 민주노총 산업별 조직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노조 결성과 가입은 헌법상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사민정 사회적 대타협’ 속에서 탄생한 GGM은 ‘투자협정서’ ‘노사상생발전협약서’ ‘부속합의서’ 등이 우선해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GGM 노·사와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다. ‘협정서’를 위반하게 되면 GGM의 지속가능성 또한 심각한 위험에 처해진다는 사실이다. 협정서 상의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 사항의 유효기간을 누적 생산 목표 대수 35만대 달성시까지’로 정한 것은 GGM의 성장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산 안정화 기간이었다. 그리고 이 조항은 투자자들에게는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대신 상생협의회를 통해 GGM의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는 의미로, 노동계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생산 안정화 기간 동안은 상생협의회를 통해 노동자들의 권리와 권익을 보호받는 길을 가야겠구나’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이 조항에 대한 합의가 그토록 어려웠던 것이고 노동계의 반발도 거셌던 것이다. 다행히 각계각층의 노력 속에서 대화와 양보로 천신만고 끝에 협약내용이 합의되고 GGM이 탄생했다.

아쉽게도 인내의 시간에 노조 설립이 이루어졌다. 투자자 입장에서 GGM의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을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신의 성실’의 원칙 속에 합의된 협정서가 파기된다면 GGM에 위탁생산을 의뢰할 대의적 명분이 사라질 것이고 생산물량이 없는 공장은 더이상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역사회 내에서도 GGM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 임금 지원 실패가 GGM 노조 설립 원인이라는 주장과 함께, GGM 임금이 터무니없이 낮고 일의 강도가 커 퇴사율이 높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이 GGM의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다.

GGM 측에 따르면 1년 차 근로자도 주거지원비(326만4000원)와 성과격려금(390만 원)을 포함해 3720만 원을 받고 있다. 2023년 GGM의 퇴사율은 7.9%로 전체 기업 평균 퇴사율(13.8%) 및 대기업 퇴사율(8.6%)보다 낮다. 사회적 임금을 포함한 임금 수준은 기아차·현대차 등 대기업에는 못 미치지만 기아 1차 협력사보다 높고, 퇴사율은 기아 1차 협력사의 57% 수준이다.

무엇보다 GGM은 올 하반기 ‘캐스퍼 EV’ 생산을 통해 54개국 수출로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로의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캐스퍼 이외 다른 2~3종의 생산 차종을 확보해 20만대의 생산공장으로 성장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시점이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대전환 시기, 대한민국 제1호 상생형 일자리 기업인 GGM이 글로벌 완성차 제조 기업으로 성장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지역사회와 노동계, 광주시와 현대차 모두에게 부탁드린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왜 시작했는지, 광주형 일자리 GGM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꿨는지 돌아보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잘 마련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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