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넘자…전통시장의 변신
2024년 05월 29일(수) 19:16 가가
정취 살리고 매력 입혀 MZ 세대 즐겨찾는 ‘핫 플레이스’로
광주 양동시장 ‘양동통맥축제’
킬러 콘텐츠 ‘1000원 생맥주’ 부스 앞 장사진
생맥주·시장 먹거리 조합 젊은세대 사로잡아
강진 병영5일시장 ‘불금불파’
초청가수·주민 공연 보며 연탄돼지불고기 즐겨
하멜 맥주·하멜촌 커피 개발 지역만의 특색 살려
광주 양동시장 ‘양동통맥축제’
킬러 콘텐츠 ‘1000원 생맥주’ 부스 앞 장사진
생맥주·시장 먹거리 조합 젊은세대 사로잡아
강진 병영5일시장 ‘불금불파’
초청가수·주민 공연 보며 연탄돼지불고기 즐겨
하멜 맥주·하멜촌 커피 개발 지역만의 특색 살려
“광주하면 음식에 진심인거 다들 알쥐? 장보러(먹으러) 가야지.”
“대인시장에서 장보기. 집에서 가까운 아파트 상가의 마트유혹에 넘어가지 않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운영자들의 한줄 멘트는 강렬하다. ‘#광주시장’ 태그로 검색한 4360여 건은 ‘시장 맛집’과 ‘시장 먹거리’ 위주다. 젊은 세대의 전통시장 투어는 ‘시장 먹거리’에서 시작된다. 1500원 국수(대인시장)와 옛날닭강정·소금빵(양동시장), 오리날개튀김(남광주시장), 닭발떡볶이(송정역시장) 등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다채로운 음식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영향으로 침체됐던 광주·전남 전통시장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점포 리모델링을 비롯해 음식 특화거리 조성, 이색 축제 개최 등을 통해 MZ 세대와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들이 몰리는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광주 양동시장과 강진 병영 오일시장은 ‘양동 통맥축제’와 ‘불금불파’를 개최하며 다시 활기를 찾았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플랫폼과 대형 마트와의 경쟁에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 마련은 당면 과제이다.
◇광주 양동시장 ‘제2회 양동통맥축제’ 개최=“생맥주 한잔에 단돈 1000원.” 광주시 서구 양동전통시장에서 열린 ‘제2회 양동통맥(通脈)축제’(4월 19~5월 4일) 홍보문구는 매혹적이다. 축제명에 전통시장과 ‘통’(通)하고 110여 년 역사의 맥(脈)을 잇자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축제의 킬러 콘텐츠는 ‘1000원 생맥주’. 맥주 판매부스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또한 ‘양동맛 이팅존’ 부스에서 각자 취향대로 안주류를 구입한다. 치킨 반마리와 닭꼬치, 해물파전, 칠게튀김, 홍어무침, 오뎅탕 등 다양하다. 안주류 가격대는 4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저렴하다.
<복개상가 뒤편에 놓인 탁자마다 만석을 이뤘다. 생맥주를 마시고 안주류를 맛보며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생맥주와 시장 먹거리의 조합은 도시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시장내 건어물 코너에서는 신명나는 ‘시장통 양동이 노래방’이 펼쳐졌다. 노래경연에 한 참가자가 물이 담긴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열창을 하다 그만 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110년 역사의 전통시장이 생맥주와 양동시장 먹거리, MZ 세대의 참여로 활기를 띠었다.
◇강진 병영5일시장 ‘불금불파’=강진군 병영면 ‘병영5일시장’에서 매주 금·토요일마다 ‘불금불파’(~10월 26일)가 열린다. ‘불금불파’는 ‘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를 줄인 말이다. 금요일은 오후 3시부터 밤 9시, 토요일은 낮 12시부터 밤 8시까지 운영한다.
관광객 1만3000여 명이 찾았던 지난해에 이어 열리는 올해 ‘강진 불금불파 시즌2’ 메인 음식은 ‘연탄돼지불고기’(1인분 9000원). 동그란 탁자에 자리를 잡은 후 주문을 하면 양념불고기와 상추, 기본 반찬이 제공된다. 초벌구이가 돼 있기 때문에 불판에 양념불고기를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맛볼 수 있다.
불고기를 즐기는 동안 무대에서는 초청가수 공연과 주민·관광객 노래자랑이 이어진다. 특히 병영주민들의 가래치기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가래치기는 추수를 끝낸 후 물을 뺀 저수지에서 원추형 대바구니(가래)로 가물치와 붕어 등을 잡는 병영면의 전통 어업유산이다. 2023년 11월에 국가중요농업유산(제16호)으로 지정됐다.
축제장에서는 병영만의 특별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강진군이 개발한 수제맥주 ‘하멜촌 맥주’이다. 병영과 인연을 맺은 헨드릭 하멜(1630~1692)의 고향인 네덜란드산 맥아와 지역특산품인 쌀귀리를 이용해 예일 맥주와 라거 맥주를 개발했다. 강진지역 커피 전문점 6곳에서는 ‘하멜촌 커피’도 맛볼 수 있다. 과거에 ‘북에는 개성상인, 남에는 병영상인’이라 할 정도로 상업 활동을 왕성하게 펼쳤던 병영 주민들은 남다른 자긍심을 갖는다. 강진군은 사전신청을 받아 여행비용의 50%를 환급해주는 ‘반값 가족여행’ 사업을 추진해 호평을 받고 있다.
◇ 오프라인 전통시장의 매력은 아날로그 감성= 요즘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축지법’(축제를 통한 지역 살리는 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레트로 감성을 반영해 리뉴얼을 거친 충남 예산군 예산시장이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음식컨설팅을 맡은 전북 남원 ‘제94회 춘향제’ 역시 자릿세를 없애며 바가지 요금 없는 축제로 주목받았다.
소비자가 식재료나 생활용품을 구입하려고 하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전통시장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더욱이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 쇼핑몰 이용과 택배문화에 익숙해졌다. 중국발 쇼핑 플랫폼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거침없는 공세에 대형 마트와 오프라인 업계 등 국내 유통업계가 위기에 직면한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즐겨 찾고 이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공간조성 ▲디지털 전환과 기술 도입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 프로그램 운영 ▲청년창업 지원 ▲전통과 현대, 문화예술의 결합,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현대화된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 익숙한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이용하려면 상대적인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주차시설과 편의시설 등도 부족하다.
전통시장이 21세기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전통시장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하다. ‘통맥축제’, ‘불금불파’와 같은 이벤트 개최와 고객들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 운영도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 청년 창업자들이 전통시장 내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도록 초기 자금을 지원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 및 마케팅 교육프로그램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절실하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타 지역, 타 시장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닮은 꼴 전통시장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곳 전통시장 특유의 향토성과 상인들의 인정(人情)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찾을 수 없는 덕목이다. 전통시장 고유의 특색과 정취를 살리면서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통시장은 과거에 지역 문화와 역사, 공동체 생활의 중심이었다. 지역에서 나는 온갖 산물이 오일장에서 거래됐다. 그렇지만 현재 전통시장의 문화적·경제적 가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상인, 소비자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젊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이 21세기 소비자들에게 끝임 없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대인시장에서 장보기. 집에서 가까운 아파트 상가의 마트유혹에 넘어가지 않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운영자들의 한줄 멘트는 강렬하다. ‘#광주시장’ 태그로 검색한 4360여 건은 ‘시장 맛집’과 ‘시장 먹거리’ 위주다. 젊은 세대의 전통시장 투어는 ‘시장 먹거리’에서 시작된다. 1500원 국수(대인시장)와 옛날닭강정·소금빵(양동시장), 오리날개튀김(남광주시장), 닭발떡볶이(송정역시장) 등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다채로운 음식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한다.
<복개상가 뒤편에 놓인 탁자마다 만석을 이뤘다. 생맥주를 마시고 안주류를 맛보며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생맥주와 시장 먹거리의 조합은 도시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시장내 건어물 코너에서는 신명나는 ‘시장통 양동이 노래방’이 펼쳐졌다. 노래경연에 한 참가자가 물이 담긴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열창을 하다 그만 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110년 역사의 전통시장이 생맥주와 양동시장 먹거리, MZ 세대의 참여로 활기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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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병영오일시장 ‘불금불파’ 축제 모습. |
관광객 1만3000여 명이 찾았던 지난해에 이어 열리는 올해 ‘강진 불금불파 시즌2’ 메인 음식은 ‘연탄돼지불고기’(1인분 9000원). 동그란 탁자에 자리를 잡은 후 주문을 하면 양념불고기와 상추, 기본 반찬이 제공된다. 초벌구이가 돼 있기 때문에 불판에 양념불고기를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맛볼 수 있다.
불고기를 즐기는 동안 무대에서는 초청가수 공연과 주민·관광객 노래자랑이 이어진다. 특히 병영주민들의 가래치기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가래치기는 추수를 끝낸 후 물을 뺀 저수지에서 원추형 대바구니(가래)로 가물치와 붕어 등을 잡는 병영면의 전통 어업유산이다. 2023년 11월에 국가중요농업유산(제16호)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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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맛 볼 수 있는 돼지불고기와 ‘하멜 맥주’. |
◇ 오프라인 전통시장의 매력은 아날로그 감성= 요즘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축지법’(축제를 통한 지역 살리는 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레트로 감성을 반영해 리뉴얼을 거친 충남 예산군 예산시장이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음식컨설팅을 맡은 전북 남원 ‘제94회 춘향제’ 역시 자릿세를 없애며 바가지 요금 없는 축제로 주목받았다.
소비자가 식재료나 생활용품을 구입하려고 하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전통시장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더욱이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 쇼핑몰 이용과 택배문화에 익숙해졌다. 중국발 쇼핑 플랫폼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거침없는 공세에 대형 마트와 오프라인 업계 등 국내 유통업계가 위기에 직면한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즐겨 찾고 이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공간조성 ▲디지털 전환과 기술 도입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 프로그램 운영 ▲청년창업 지원 ▲전통과 현대, 문화예술의 결합,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현대화된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 익숙한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이용하려면 상대적인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주차시설과 편의시설 등도 부족하다.
전통시장이 21세기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전통시장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하다. ‘통맥축제’, ‘불금불파’와 같은 이벤트 개최와 고객들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 운영도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 청년 창업자들이 전통시장 내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도록 초기 자금을 지원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 및 마케팅 교육프로그램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절실하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타 지역, 타 시장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닮은 꼴 전통시장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곳 전통시장 특유의 향토성과 상인들의 인정(人情)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찾을 수 없는 덕목이다. 전통시장 고유의 특색과 정취를 살리면서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통시장은 과거에 지역 문화와 역사, 공동체 생활의 중심이었다. 지역에서 나는 온갖 산물이 오일장에서 거래됐다. 그렇지만 현재 전통시장의 문화적·경제적 가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상인, 소비자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젊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이 21세기 소비자들에게 끝임 없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