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 박안수 남광주농협사외이사·경제학박사
2024년 05월 29일(수) 00:00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그해 농사는 풍년이 든다고 한다. 올해 역시 가로수로 심어놓은 이팝나무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걸 보고 풍요로운 가을을 생각했다. 사람들은 화사하게 피어난 이팝나무 꽃송이를 보며 흰 쌀밥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식생활의 변화와 탄수화물 소비가 줄어 지난해 우리 국민1인당 쌀 소비량은 56.4㎏에 불과해 육류소비량보다 더 적었다.

세월이 흐르며 많은 것들이 변해간다. 이번 총선에서 아직도 많은 후보들이 출신 고향을 강조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우리 세대가 지나면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등으로 지금의 물리적인 고향의 의미는 많이 사라질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각 지자체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와 귀농·귀촌은 물론 생활인구 증대를 위한 특단의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혁신도시 인구 증가마저 정체돼 전남 지역 인구는 이제 180만 명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필자의 고향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개교 100주년 행사 준비를 위해 분주하지만 현재의 학생 수가 얼마나 되는지, 또한 어린시절의 추억을 함께 한 모교는 언제까지 존속할지 염려가 앞선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있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내용이 감동적인 작품이다. 지난 시절 연탄은 우리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연료의 대명사였다. 학창시절 자취할 당시 새끼줄로 묶은 구공탄을 구입해 취사와 난방을 했던 기억이 있으며 연탄가스에 중독돼 결석한 친구들도 있었다.

우리 지역에서 유일하게 석탄을 생산·공급했던 화순광업소가 지난 2월 폐광이 결정되고, 아울러 우리에게 익숙한 광주의 유명 연탄공장도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보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과거 읍·면에는 한두 군데의 우체국이 있어 전보, 전화, 전신, 저금, 보험을 취급했었다. 시대적인 흐름에 금융은 물론 택배까지 취급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택배물량 감소 등 경영에 압박을 받아 농촌 소재 우체국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저축이 미덕이던 초등학교 시절 우체국 학생적금에 가입해 졸업 당시 학생으로서 목돈을 만졌던 기쁨을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할 것 같다.

구한말인 1885년부터 시작됐던 115전보서비스가 이메일과 휴대전화 보급으로 올 2월말 138년 만에 사라졌다. 외지에서 학교 다닐 때 매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보내오는 학자금 전신환, 기쁠 때나 슬픈 때나 소통과 알림의 대명사였던 전보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가 하면 2~3년 전 은행들이 비효율적인 점포를 통폐합하고 동네마다 운영했던 현금자동입출금기마저 손익을 맞출 수가 없다는 이유로 하루에 4대 가량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비싼 수수료를 내고 거래해야하는 편의점에 차지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예전 거리 곳곳에 설치돼 있던 공중전화 박스도 거의 자취를 감추고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들에게 익숙하고 정겨운 것들이 경영상의 이유로 점점 사라져 가는 현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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