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관계를 위한 인권의 중요성 - 임주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2024년 05월 28일(화) 00:00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행복한 가족 관계를 위한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한 가정은 사회의 기본 단위이며 가족 구성원 간에 인권이 존중되는 문화가 형성될 때 사회 전체가 더욱 건강하고 정의로워진다.

모든 가족 구성원은 연령, 성별, 역할에 상관없이 동등한 존중을 받아야 하며 이는 평등과 존중의 실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저출생과 고령화 같은 중요한 인구 문제를 겪고 있어 이로 인해 다양한 인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노인인권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건강권이 침해당하는 사례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K씨(75세)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지만 거주 지역의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충분한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P씨(82세)는 자기결정권을 배제한 채 요양원에 입소했으나 요양원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의 질이 낮아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경험했고 요양원 직원의 인력 부족과 전문성 결여로 인해 노인 돌봄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E씨(78세)의 경우는 배우자와 사별한 후 자녀들이 멀리 살고 있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위의 사례 속 노인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요보호 대상자가 되면 낙인과 배제가 함께 따라 오면서 존엄성을 유지할 권리를 침해당하고 더 나아가 무의식 속 혐오와 불평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노인빈곤의 문제가 OECD 국가들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인 현 한국적 상황에서 경제적 학대를 비롯한 여러가지 복합적인 학대를 경험하는 노인의 사례를 인권적 관점에서 논의하는 작업은 노인인권을 제고하는데 큰 의미를 갖는다.

또 디지털 정보격차를 겪고 있는 노인들이 당하게 되는 2차 피해인 개인정보 침해는 어떠한가. 정보 접근의 무지로 인해 디지털 지식을 따라가지 못해 겪게 되는 다양한 불편함이나 부족한 소득은 1차 피해에 불과하다. 자신이 자기결정권 행사의 권리자며 개인정보의 주체이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식이나 방법을 몰라 개인정보를 빼앗기고 심지어 각종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파밍 등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많은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금제도 개혁, 의료 서비스 확충, 디지털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교육 등 지역 사회 프로그램 활성화가 필요하며 의료와 장기 요양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연대와 존엄성 유지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가족 구성원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려면 건강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가족 회의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족 문제를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의 기초는 상호 존중이며, 가정 내에서부터 인권 존중 문화를 실천하고 이를 지역사회와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 내에서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권리를 지지하며 보호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와 보호자는 인권에 대해 교육받고 이를 자녀에게 가르칠 책임이 있다. 이를 통해 더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족이 매주 가족 회의를 열어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간 사례가 눈에 띈다. 부모는 자녀의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에 대해 경청하고, 자녀는 부모의 직장 생활과 고민을 이해하게 됐다. 이런 소통을 통해 가족은 서로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가족은 이후 지역 사회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언제든 표현하면서 다른 가정에도 이러한 소통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족 구성원의 의견이 평등하게 반영되고 각자의 개성과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하기를 바라며 이러한 가족 문화가 건강하고 강력한 인권 존중 사회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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