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이어지는 사회적 탯줄 - 박혜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 과장
2024년 05월 22일(수) 21:00
‘사실상 부모(De facto parent)’라는 개념이 있다. 아동의 법적 부모는 아니지만 주거공간을 함께하며 안정된 보살핌을 제공함으로써 그 아동과 유의미한 관계를 맺은 자를 일컫는 용어이다. 친생부모가 자녀에 대해 갖는 천부적이고 독점적인 권리를 아동의 복리 차원에서 접근한 개념으로 미국의 많은 주들은 사실상 부모 개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실상 부모의 존재는 아동보호체계에 진입한 아이들에게 안정적 유년기를 조성해 주고 공존의 감정인 애착을 터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실상 부모를 대표하는 아동복지 프로그램이 바로 가정위탁이며 많은 위탁부모들이 ‘가슴으로 낳은’ 보호아동과 새로운 부모-자녀의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정부는 ‘가정형 보호’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호아동에 관한 많은 연구에서는 대규모 시설에서 성장한 아동들보다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발달적 측면에서 보다 긍정적인 결과가 있었음을 보고하면서 가정형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보호대상 아동으로 보호조치된 1881명의 아동 중 913명(48.5%)의 아동이 시설보호(아동양육시설, 일시보호시설, 장애아동시설, 공동생활가정)로, 968명(51.5%)의 아동이 입양 또는 가정위탁으로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위탁 제도는 입양과 함께 대표적 가정형 보호체계로서 본래의 가정(원가정)에서 안정된 생활환경 조성이 어려운 다수의 보호아동들에게 따뜻한 가정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저마다의 굴곡진 사연을 지닌 채 위탁가정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생후 한 달 무렵 모텔에 방치되어 위탁가정으로 오게 된 아이나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후 일시보호소를 거쳐 위탁가정에 정착하게 된 아동 등. 그들은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사랑스럽고 때로 철부지이다. 위탁부모와 아동의 관계 역시도 일반적인 부모-자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새로이 구축된 가족의 역동 속에서 때로 양육의 힘듦을 겪는 위탁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을 향유한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애착이 발아하고 비로소 그것이 만개한 장면들을 나는 수없이 목격한다. 그래서 위탁부모와 보호아동 사이에는 ‘사회적 탯줄’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보호아동의 원가정이 자녀를 양육할 여건과 의지가 있다면 아동은 원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다수의 아동들은 위탁가정에서 장기간 생활하며 유년기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그러므로 가정위탁 제도권에 유입된 아동 사례는 단기적 관점과 중장기적 관점으로 나누어 사례관리가 들어가게 된다. 원가정으로의 복귀가 불가하거나 가능성이 낮은 사례에 대해서는 위탁가정에서 안정적으로 지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여러 사회적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위탁부모가 양육의 힘듦을 오롯이 홀로 감내하지 않고 지지체계가 그것을 나눌 수 있도록 부모교육과 상담에 중점을 둔다. 또한 아동 치료 및 심리정서 개입과 학습증진을 위한 경제적 지원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5월 22일은 가정위탁의 날이었다. 인구감소로 인해 전체적인 아동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가정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여러 사회적 위기들은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부모 이혼 및 가출로 인한 가정 해체, 아동 학대, 빈곤과 실직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탯줄의 연결이 필요한 아동의 수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요한 것은 아동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위탁부모가 많이 확보되는 것이다. 대부분 위탁가정으로 연결되는 아동들은 영유아기이며, 이 시기는 주양육자와의 애착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보호아동이 발생하였을 때 안정된 보호처로 시의적절하게 이동하는 것은 아동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보호아동과 사회적 탯줄을 연결하는 것은 그 아이의 미래로 이어진다는 것을 아이를 사랑하는 선한 어른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리고 지금 바로 가정위탁 보호사업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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