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현장 금남로 인파 북적…“광주정신 배우고 느끼고 싶어요”
2024년 05월 17일(금) 17:52
5·18 기념일 하루전 시민난장열린 금남로에서 만난 사람들
외국인·학생 등 "5월 정신 계승, 헌법전문 반드시 수록해야"

화순 동면초 학생들과 6학년 담임 박영웅(38)씨.

5·18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는 80년 5월 그날을 경험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신군부의 폭압에 항거한 광주정신을 체험하러 모인 어린 아이부터 외국인까지 각계 각층이 금남로에 운집했다.

이들은 5·18 정신을 배우고 오월 영령들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싶어 현장을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한 “미래세대에게 5·18 정신을 꾸준히 교육해야 한다”며 “5·18정신 헌법 수록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에서 체험학습으로 현장을 찾은 아이들은 부스에서 나눠준 풍선을 들고 들뜬 모습으로 현장을 누볐다.

체험학습을 위해 금남로를 찾은 광주시 동산초 6학년 학생들. 유찬성(왼쪽부터)·정규연·장현규·이라온·강유리군.
이라온(13·광주시 동구 동산초)군은 “44년 전 광주에서 어른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며 “오늘의 배움을 기억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화순군 동면초 학생들을 인솔해온 6학년 담임 박영웅(38)씨는 “역사책과 영상으로만 접하던 5·18을 직접 아이들과 현장을 다니면서 살펴보니 더욱 마음에 와닿고 공감되는 것 같다”며 “윤상원 열사에 대해 학교에서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오늘 윤 열사의 사진을 보고 ‘선생님 그때 배운 그 분이죠’라고 말해 감동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교사는 “이들의 희생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아이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외국에서 광주 정신을 공부하기 위해 찾은 이들도 있었다.

변지원(여·24)씨와 미국인 남자친구 시저(Cesar·22).
변지원(여·24)씨는 미국인 남자친구 시저(Cesar·22)씨와 전야제 현장을 찾았다. 변씨는 “남자 친구가 미국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면 절도 등으로 범죄가 발생하곤 하는데 5·18 당시 질서있게 주먹밥을 나눠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을 받아 현장을 가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왔다”고 설명했다.

5·18역사를 배우기 위해 광주를 찾은 우시야마 사와(여·42)씨
한국 역사를 배우기 위해 올해 봄 학기부터 서울대 어학당에 다니고 있다는 우시야마 사와(여·42)씨는 이날 전일빌딩 245를 찾아 5·18 역사를 공부했다.

우시야마씨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일본은 한국에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며 “미안한 마음, 죄송한 마음이라 감히 한국 민주주의의 시발점인 광주에 와도 되는 것인지 망설여지기도 했다. 실제로 전일빌딩에 와서 광주의 역사를 배우니 눈물이 난다”고 말끝을 흐렸다.

고(故)문효균씨의 부친 성철(58)씨(왼쪽)와 고(故) 김재강씨의 부친 영백(64)씨.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금남로 현장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참사의 아픔이 현재 진행형임을 알리고 있었다.

고(故) 문효균씨의 부친 성철(58)씨는 이날 전주에서 광주를 찾았다. 성철씨는 “큰 사건사고가 발생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진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된다”며 “현장에 있던 이들, 유족들만 남고 많은 것들이 잊혀지고 있다는 점에서 5·18과 이태원 참사의 아픔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5월마다 광주를 찾아 계속해서 자리하고 있는다면 그 아픔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알아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故) 김재강씨의 부친 영백(64)씨는 “당장 내일 또 어떤 사고가, 어떤 희생자가 발생할 지 모른다”며 “우리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더이상 사회적 참사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고 했다.

현장을 찾은 장애인들은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아쉽다는 지적도 내놨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금남로를 찾은 조재형(55)씨.
지난 2018년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된 사지마비 장애인 조재형(55)씨는 “휠체어를 타고 현장을 찾았지만 금남로 한 가운데 무대를 설치해 놔 장애인으로서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무대마다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만 무대에서 공연 중에는 휠체어로 이동이 불가능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는 점에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7일 광주송정역에서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2024년 5.18 장애인 민주주의 시민권열차 탑승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도 이날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광주시 광산구 송정역과 동구 금남로 4가에서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를 슬로건으로 민주주의 집중행동을 벌였다.

노래로 평화와 민주주의와 행복을 추구하는 진보적 일본 문화운동단체인 ‘우타고에’(노랫소리)운동 회원 야마다 히로끼(63)씨는 오월 어머니들과의 인연으로 광주를 또 찾았다.

진보적 일본 문화운동단체 ‘우타고에’(노랫소리)운동 회원 야마다 히로끼(63)씨.
이날 현장을 온 야마다씨는 “단체 50주년 행사 당시에 광주에 오면서 오월 어머니들과 인연을 맺었다. 오월어머니들은 매번 챙겨주시고 걱정해주신다”며 “이렇게 서로 생각하는 마음이 5·18 정신인 것 같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44년전 금남로 현장을 다시금 찾아 그날의 아픔을 회상한 시민들도 있었다.

오월 어머니들이 만든 주먹밥을 먹던 김양식(78)씨는 44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5·18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김씨는 “전일빌딩 옥상에서 계엄군이 쏜 총탄을 목 부위에 맞고 쓰러진, 버스에 올라탄 시민군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아직도 이 거리에 서면 전일빌딩 앞에 줄줄이 포승으로 묶어놓은 시민군, 민주광장에서 끌려가던 시민군이 생각난다”며 “죄스러운 마음에, 그때 함께 하지 못했다는 죄스러움에 5월이면 금남로를 찾는다”고 울먹였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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