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과 주먹밥-이영화 비움박물관장
2024년 05월 14일(화) 00:00 가가
1980년 초, 삼십대의 젊은 나는 예전 광주교도소가 있던 도시 변두리에서 살았다. 아직 농촌 마을로 남아있던 문산(현 문흥지구)이라는 곳에 예쁜 한옥을 장만하고, 그 집을 지켜주던 대문과 창호 문살의 아름다움에 취해 아늑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넓은 마당은 꽃밭으로 만들고 뒤 안 텃밭엔 채소를 가꾸며 근검절약을 밑천으로 삼남매를 자연 속에서 키우고 있었다. 매일 흙을 만지면서, 움트고 싹이 나고 꽃이 되는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다.
허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그 해 오월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났다. 도심 쪽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는 연일 요란했고 시내를 빠져나가는 사람들로 교도소 앞 도로는 아수라장이이었다. 날이 저물면 곧바로 통금이 시작되었고 공수부대 군인들은 길 가는 행인들을 무자비하게 막아 세웠다.
내가 사는 동네 들판에도 가끔씩 총알이 떨어졌고 밤이면 어린 자식들과 한 방에 모여앉아 방문 앞에 켜켜이 솜이불을 쌓아놓고 공포에 질린 채 밤을 지새웠다. 가끔씩 계엄군에 쫓겨 들어온 청년들을 숨겨 주면서 행여나 훗날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봐 전전긍긍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가차 없이 무너져 내렸던 초가지붕을 닮은, 짚풀 같은 힘 없는 광주사람들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고, 망월동 묘지에 영문도 모르고 묻히게 되었다.
나는 초가지붕이 사라져간 그때부터 조상들이 한옥에서 살면서 농사 지으며 손수 만들어 사용했던, 이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던져버린 민속품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민속박물관까지 세우기에 이르렀다.
2016년 비움박물관을 세우고 나서 5월 18일이 ‘세계 박물관의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명처럼 겹친 5·18이라는 숫자는 나를 전율케 했다. 삼십대에 내가 겪었던 그 무섭고도 무자비한 오월의 기억을 더듬으며 역사 속에서 맨주먹 하나 보태지 않고 방관자로만 살았던 것이 여든 살을 바라보는 박물관 할머니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래서 해마다 그 아픈 오월이 오면, 그때 희생된 사람들의 의로운 삶의 무늬와 따뜻한 영혼의 빛을 안타까움과 한없이 미안한 마음으로 기리려 했다. 그간 우리가 누렸던 자유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그때 희생된 분들의 영혼의 힘이기 때문이다.
비움박물관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서로를 향한 그 따뜻한 연대의 정신을 이어 보고자 매년 5월 특별전시 기간에 주먹밥 나눔을 하고 있다.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사무치게 그리운 가난의 흔적들로 5·18민주화운동과 주먹밥의 따스함을 기리고 있다.
올해는 ‘짚풀 같은 사람들-삶의 무늬와 영혼의 빛’이라는 주제로 수백 점의 짚풀 공예품과 함께 5월을 맞이하고 있다. 또 전남대학교 국문과 대학원 교수 및 학생들이 쓴 여러 작품을 통해 5·18과 문학 그리고 우리 전통 문화를 연결하여 되돌아보는 시간도 갖는다. 아울러 자연을 사랑하고 지구의 미래를 염려하는 한국의 깨어있는 지식인들의 5·18 행사 참여도 예정되어 있다.
전시 개막일인 지난 10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아 주먹밥을 나누며 전시를 관람하고 5월을 기억했다.
올해는 멀리 일본에서도 기별이 왔다. 동학농민운동을 지지하는 일본의 시민단체가 광주민중항쟁을 기리기 위해 우리 비움박물관에 온다고 한다. 박물관 할머니는 이들과 함께 한없는 겸손과 뉘우침으로 5·18민주화운동을 기리고 주먹밥도 나눌 생각이다.
인권의 도시, 평화의 도시, 민주의 도시 빛고을 광주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의 도시로 앞서가길 바란다.
“일천 구백 팔십년 오월/ 사람다운 사람끼리/ 짚풀 같은 광주 사람끼리/ 주먹에서 주먹으로 쥐어주던 따스한 주먹밥/ 권력에 눈 먼 독재 앞에/ 오직 사람다움으로만 맞서던 주먹밥/ 이미 세계적인 평화의 밥꽃으로/ 세계적인 기록유산으로 빛나는 주먹밥/ 짚풀 같은 광주 사람들의 맨 몸의 큰 정신과/ 짚풀 같은 광주 사람들의 맨주먹의 빛나는 작은 힘/ 어찌 꿈엔들 잊을 수 있을까?”
나는 초가지붕이 사라져간 그때부터 조상들이 한옥에서 살면서 농사 지으며 손수 만들어 사용했던, 이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던져버린 민속품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민속박물관까지 세우기에 이르렀다.
2016년 비움박물관을 세우고 나서 5월 18일이 ‘세계 박물관의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명처럼 겹친 5·18이라는 숫자는 나를 전율케 했다. 삼십대에 내가 겪었던 그 무섭고도 무자비한 오월의 기억을 더듬으며 역사 속에서 맨주먹 하나 보태지 않고 방관자로만 살았던 것이 여든 살을 바라보는 박물관 할머니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래서 해마다 그 아픈 오월이 오면, 그때 희생된 사람들의 의로운 삶의 무늬와 따뜻한 영혼의 빛을 안타까움과 한없이 미안한 마음으로 기리려 했다. 그간 우리가 누렸던 자유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그때 희생된 분들의 영혼의 힘이기 때문이다.
비움박물관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서로를 향한 그 따뜻한 연대의 정신을 이어 보고자 매년 5월 특별전시 기간에 주먹밥 나눔을 하고 있다.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사무치게 그리운 가난의 흔적들로 5·18민주화운동과 주먹밥의 따스함을 기리고 있다.
올해는 ‘짚풀 같은 사람들-삶의 무늬와 영혼의 빛’이라는 주제로 수백 점의 짚풀 공예품과 함께 5월을 맞이하고 있다. 또 전남대학교 국문과 대학원 교수 및 학생들이 쓴 여러 작품을 통해 5·18과 문학 그리고 우리 전통 문화를 연결하여 되돌아보는 시간도 갖는다. 아울러 자연을 사랑하고 지구의 미래를 염려하는 한국의 깨어있는 지식인들의 5·18 행사 참여도 예정되어 있다.
전시 개막일인 지난 10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아 주먹밥을 나누며 전시를 관람하고 5월을 기억했다.
올해는 멀리 일본에서도 기별이 왔다. 동학농민운동을 지지하는 일본의 시민단체가 광주민중항쟁을 기리기 위해 우리 비움박물관에 온다고 한다. 박물관 할머니는 이들과 함께 한없는 겸손과 뉘우침으로 5·18민주화운동을 기리고 주먹밥도 나눌 생각이다.
인권의 도시, 평화의 도시, 민주의 도시 빛고을 광주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의 도시로 앞서가길 바란다.
“일천 구백 팔십년 오월/ 사람다운 사람끼리/ 짚풀 같은 광주 사람끼리/ 주먹에서 주먹으로 쥐어주던 따스한 주먹밥/ 권력에 눈 먼 독재 앞에/ 오직 사람다움으로만 맞서던 주먹밥/ 이미 세계적인 평화의 밥꽃으로/ 세계적인 기록유산으로 빛나는 주먹밥/ 짚풀 같은 광주 사람들의 맨 몸의 큰 정신과/ 짚풀 같은 광주 사람들의 맨주먹의 빛나는 작은 힘/ 어찌 꿈엔들 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