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선, 국비 지원 절실하다 -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
2024년 05월 08일(수) 21:30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필자는 1년에 서너 차례 고향에 내려온다. 팔순을 넘긴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나날이 달라지는 섬의 환경을 살펴보고 싶어서이다. 우리 고향의 바닷가 부근에서 피아노섬 축제와 더불어 김밥 페스타 등의 부대행사가 얼마 전에 진행돼 수많은 외지인들이 즐거움을 만끽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

그러다가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접했는데 ‘병원선(病院船) 국비 지원 반대하는 이유 뭔가’라는 제목의 사설이 눈에 띄었다. 의료진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병원선에 국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요지였다. 병원선이 운영되는 인천과 경남 등 다른 지자체와 함께 국비 지원의 필요성을 중앙 부서에 여러 번 건의했으나 녹록지 않다는 것이었다.

병원선은 섬 지역의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 및 광역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배로서, 전국에 5척이 있다. 병원선을 소재로 해서 40부작 드라마가 제작된 적도 있고 최근에도 다큐멘터리로 방영되기도 해서 이제 병원선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의 고향인 신안군에는 보건소나 보건진료소는 있지만 병원이 없다. 따라서 갑자기 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초미지급(焦眉之急)’의 상황이 벌어진다. 강풍이 불고 눈이 많이 내렸던 20여 년 전의 어느 겨울날, 사고를 당한 옆 마을의 환자가 배가 다닐 수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한 결과 생을 달리했음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서 예전에 겪었던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있으나 육지와 많이 떨어진 도서 주민들은 아직도 그 어려움이 진행중이다.

신안군 안좌면 소속으로 부소도라는 섬이 있다. 썰물이 되어야만 어미섬인 안좌도와 소통이 가능한 낙도이다. 30여 명의 노인들만 사는 이곳은 진료소나 약국이 하나도 없는 대표적인 의료 취약지다. 이 섬과 같은 의사가 없는 무의도서가 전남 지역에만 현재 80여 곳이 된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섬 주민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1971년에 ‘전남 512호’라는 병원선을 도입했고 이후 511호까지 투입해 동서부 지역을 나누어 현재까지 순회 진료를 하고 있다. 한 해에 수천 명의 주민들이 이 같은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치료받은 주민들 100% 가까이 만족한다는 결과가 드러났다.

의료시설이 없는 도서 지역에 배를 타고 찾아가 환자를 돌보는 병원선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수많은 환자를 마주하건만 각 병원선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와 간호사 인력은 많지 않다고 한다. 이들은 혈압과 당뇨는 물론 치매·정신건강 상담도 진행한다. 5명 안팎의 전문 인력이 주민들과 1대1 상담을 통해 치매 초기 검진 및 예방을 위한 인지장애, 스트레스 검사 등을 실시하는 것이다. 궂은 날씨와 빠듯한 일정에도 병원선을 반겨 주는 주민들 때문에 힘이 난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접한 신문의 사설에 따르면 국비 지원은 미미하고 지자체에서 대부분의 예산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몇 발짝만 움직이면 감기약을 살 수 있고 진료 또한 당장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섬 지역은 다르다. 경제발전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는 나라일수록 낙후지 개발을 중요시하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의 병원선에 관심이 더 필요한 때이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