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차신경통 - 박현정 조선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2024년 05월 08일(수) 19:30
‘세수를 하는데 치아에 찌릿한 통증이 생겼어요.’ ‘턱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요.’ ‘칼로 베는 것 같은 통증이에요.’

환자가 사용한 이런 말들은 삼차신경통을 나타내는 표현들이다.

삼차신경은 12개의 뇌신경 중 5번째 뇌신경으로, 안면의 감각 및 운동을 담당하는 뇌신경이다. 이는 눈주위, 상악(위턱), 하악(아래턱) 이렇게 안면의 세 부위로 나누어 분포한다. 삼차신경통 (Trigeminal neuralgia, TN)은 이 신경의 변성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병증 통증으로 가벼운 자극 즉 세수, 양치, 면도, 저작 활동 등에 의해 편측에 발생하고 한번 발생하면 수 초에서 수 분간 짧게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양상이 ‘전기가 통하는 듯한’ 통증으로 표현되며 통증의 강도를 수치로 표현하면 VAS (Visual analog scale, 0은 통증이 없음, 10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통증) 8~10 정도이다. 초기 삼차신경통의 경우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나지 않아 일반 치통과 감별이 어렵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유병률은 인구 10만명 당 4~5명 정도이며 주로 50대 이후에 여성에게 호발한다.

주된 원인으로는 뇌 영역에서 삼차신경과 같이 주행하는 동맥 또는 정맥에 의한 압박으로 신경에 변성이 발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러한 경우 전형적 삼차신경통 (Classic TN)이라고 한다. 그 외 약 10% 정도는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종괴에 의해 유발되거나 중추 신경 축삭이 파괴되는 다발성 경화에 의해 발생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2차성 삼차신경통 (Secondary TN)이다. 반면 특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삼차신경통 (idiopathic TN)도 있다.

삼차신경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문진상 환자가 이러한 통증을 호소하고 우식, 치주질환, 염증과 같은 다른 감별진단 가능한 질환이 없어야 한다. 이때 대개 항경련제와 같은 약물로 진단학적 약물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이때 주로 사용되는 약제는 카르바마제핀(Carbamazepine)으로, 약을 복용한 후 통증의 빈도 및 강도가 상당히 감소되면 삼차신경통으로 진단될 수 있다.

삼차신경통으로 진단된 이후에는 2차성 삼차신경통을 배제하기 위해 뇌 MRI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40세 이하의 연령, 양측성 통증 발생, 감각 소실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2차성 삼차신경통일 가능성이 높다. 전형적, 특발성의 삼차신경통의 치료로는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카르바마제핀과 같은 약제를 1차 선택 약제로 사용하게 되는데 어지러움, 피로, 복시, 구역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부작용이 심한 경우에는 옥스카바제핀이 그 다음으로 사용되며, 라모트리진, 가바펜틴, 프리가발린, 바클로펜 등의 약제를 증상 및 부작용에 따라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약물치료 중에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만약 약물치료로 증상이 잘 호전되지 않고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수술에는 삼차신경 차단술(Trigeminal nerve block), 감마나이프와 같은 방사선 수술, 미세혈관감압술 등이 있다.

삼차신경통은 매우 극심한 통증으로 많은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이러한 통증의 양상으로 감별은 어렵지 않으나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시행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중간에 중단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여러 의료기관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통증의 양상이 발생하면 즉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감별 진단을 받은 이후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통증을 조절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약물치료로 증상 개선이 어려울 때는 조기에 외과적인 접근이 필요한다. 증상에 따라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행한다면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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