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채영 광주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
2024년 04월 28일(일) 22:30
모두가 행복한 여성 친화도시
여성과 남성은 신체적인 특징이 다르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조건과 상황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도시정책은 성별로 다름을 반영하고 꼼꼼하게 따져서 계획되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2024년 현재 전국 기초자치단체 104곳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어 정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진행 과정까지 차별적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여성친화도시는 지역정책과 발전 과정에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시민에게 고루 돌아가면서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구현되도록 정책을 운영하는 행정단위를 의미한다. 즉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광주의 경우 지난 2012년 전국 최초로 5개 자치구 모두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고 여성친화도시사업 선도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광역 차원에서는 여성친화도시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참여, 돌봄, 안전 및 일자리 영역을 중심으로 여성가족친화마을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국 단위에서 대표적 선진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여성가족친화마을사업은 지역 여성들이 중심이 된 지역공동체 활성화 및 풀뿌리 여성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여성친화도시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 2024년에도 8개 공동체의 여성가족친화마을이 선정되었다.

특히 광주의 주민주도형 돌봄공동체 사례는 전국적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공적돌봄의 한계를 보완하고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틈새돌봄을 책임지는 마을 환경 조성을 위해 시민참여단과 같은 실질적 풀뿌리 조직에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일과 마을 곳곳에서 방과 후, 방학 등 돌봄공백을 메워주는 상시돌봄, 일시돌봄, 긴급돌봄 등을 위한 작은도서관의 역할이 크다.

마을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도서관 등을 중심으로 여성이 지역의 주체로 성장한 데는 마을돌봄 활동이 크게 작용했다. 자기 생활적 요구에서 시작한 돌봄은 스스로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국가와 시장이 아닌 공동체 돌봄의 영역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특히 여성가족친화마을 돌봄은 코로나 시대 공적돌봄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근접성’과 ‘신뢰’, ‘관계’라는 마을돌봄의 강점을 절실히 보여주었다.

공공적 시각을 체득하는 사회적 활동을 통한 자아실현과 다양한 모임과 교류, 상호돌봄 관계가 활성화되는 성과도 있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돌봄의 성 역할 고착화를 강화시킬 우려 역시 공존하며 여성의 헌신에 기반해 운영돼 온 구조적 한계는 엄연히 존재한다. 돌봄은 중단될 수 없는 기본권이기에 단발적 공모사업 외 자발적 마을돌봄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여성가족친화마을 지원체계로써 마을공동체 성 인지력 강화, 역량강화 교육, 멘토링, 네트워킹 및 현장 컨설팅을 위해 전문가를 배치하고 코칭지원사업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시민의 일상적 삶에 성 평등한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연구와 시책사업 과제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실현시켜 나갈 계획이다.

여성친화도시가 성 평등 가치에 머물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여성친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 발굴,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조성 차원에서 지속적인 활동이 중요하다. 또한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참여단의 자발적·적극적인 활동,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부단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여성친화도시가 지역 정책 그 자체로 마을 곳곳에 번지고 스며들어 시민이 직접 체감하도록 형평성, 배려, 친환경, 소통 등 여성친화도시의 가치를 실현하는 영역별 핵심사업을 발굴·실천하고 일반화된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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