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활동가의 마지막 염원 -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2024년 04월 28일(일) 21:30
얼마 전, 지역에서 꾸준히 탈핵활동을 해오던 국순군 님이 타계하였다. 탈핵 운동에 열심이었던 고인은 광주환경운동연합의 오랜 회원이었고 녹색당 탈핵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고인의 영면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고인은 환경운동과 탈핵운동에 써달라며 전 재산을 광주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하였기 때문이다. 종종 독지가들이 대학교나 병원, 연구시설 등에 재산을 기부하는 소식을 접할 수 있지만 환경단체에 재산을 기부한 일은 처음 있는 일이기에 고인에 대한 명복과 많은 관심을 받지 않았나 싶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고인은 지난 7월에 당신께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진단을 받았다며 재산 기부 의사를 밝히셨다. 오랜만의 전화에 반가움보다 필자는 당혹감이 앞섰다. 전화 너머의 고인의 담담한 목소리에 제대로 된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하지도 못한 채 조만간 만나 뵙기로 하고 전화를 마무리하였다.

얼마 후 고인은 거주하고 있던 집과 집에 딸린 임야를 사후에 광주환경운동연합에 기증하기로 변호사 공증을 하였다. 고인은 독신으로 살아오셨고 형제분들은 계셨지만 고인의 뜻을 존중하셔서 기증을 위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전남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생전에 과학을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논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리고 사회학, 철학 등 인문 영역까지 두루 섭렵하며 인간의 삶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데 책임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광주환경운동연합과 녹색당을 매개로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지속적으로 힘을 쏟았다.

고인은 타계 직전까지 핵발전소 문제를 크게 염려하였다. 특히 한빛 1, 2호의 수명 연장과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영광 한빛 핵발전소 1, 2호기의 설계 수명이 2025년 12월과 2026년 1월으로 채 2년이 남지 않았다. 한수원은 한빛1, 2호기의 수명을 연장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그 절차들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빛 1,2호기는 그동안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었고 사건 사고도 많았다. 그래서 핵발전소 수명 연장에 대해 많은 반대와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구 처분이 어려운 고준위 핵폐기물도 문제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핵발전소 운영시 발생하는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된 폐기물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빛1, 2호기 수명 연장 과정도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방사선환경영향에 대하여 최신 기술 기준을 활용하여 평가하게 되어 있으나 중대사고 평가와 대안검토가 빠져 있다. 또한 ‘원자력 이용 시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에는 운영중 발생가능한 사고에 다수호기 사고를 포함하게 되어 있으나 다수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한빛1, 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행정 절차중에 방사선비상계획구역내 지자체 주민들을 상대로 수명 연장 관련 내용을 공람받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주민들을 직접 찾아 선물을 주며 서명을 종용했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와 윤석열 정부의 핵 진흥 정책도 고인에게는 큰 걱정거리였다. 지난해 8월이후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를 다섯차례에 걸쳐 수 만톤을 바다에 방류하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일본의 안전 기준치 이하라며 안전하다고 면죄부를 줬다. 그러면서 해양 방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IAEA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밝혀 과학기술 역사에서 찾기 어려운 황당함과 무책임함을 보였다.

지난 26일은 체르노빌 핵사고 38주년이었다. 예년 같으면 국순군 님은 현장에서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에너지 전환을 외쳤을 것이다. 국순군 님은 선천적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언제나 현장에 함께 했었다. 올해는 국순군 님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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