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04월 23일(화) 23:00
나주 배 농가가 요즘 울상이라고 한다. 배는 과일나무 특성상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묻게 하는 ‘수분’ 과정을 통해 열매를 맺는데, 배꽃 개화기에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이 사라지다보니 배 농가들이 양봉 농가에서 직접 꿀벌을 사오거나 비싼 인공수분 방식으로 배 재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꿀벌이 사라진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가 꼽힌다. 영국 레딩대 크리스 와이버 박사팀은 지난 40년 간 호박벌 같은 야생 꿀벌 88종에 대한 조사·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꿀벌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평균 6.5일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국제학술지(생태 및 진화)에 발표했다.

와이버 박사는 꿀벌의 겨울잠이 끝나는 시기와 개화 시기를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꿀벌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새끼를 낳기 위해서는 꽃가루와 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사는 “그런데 이 시기가 일치하지 않으면 꿀벌은 효과적으로 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고 자연적인 꽃가루받이가 줄어들면 농민들이 양봉 꿀벌을 이용해야 하고 그 비용을 증가시켜 과일과 채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힘들어진 게 비단 꿀벌 뿐일까. 예상했던 시기에 벚꽃이 피지 않자, 강원도 속초시는 얼마전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고 읍소하더니 “그래서 영랑호 벚꽃축제 두 번 합니다”라는 내용을 SNS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기후변화 전도사’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자신의 책 ‘불편한 진실’에서 기후위기를 고발한다. 빙하가 녹고 바다가 따뜻해져 홍수가 잦아지는 세계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면서 지구 온난화에 관한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2023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통해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가 섭씨 2.5∼2.9도 올라 지구 온난화가 한계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의 날(22일)을 맞아 위기의 지구를 지켜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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