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우리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쌈’
2024년 04월 21일(일) 19:50
상추·머위 등 다양…널뛰는 채소값에 농가도 소비자도 난감

/클립아트코리아

며칠 전 처가에 갔다가 쌈채소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처가를 오랜만에 찾은 터라 장모가 반가웠는지 고기를 구워 먹자고 했다. 마침 머위잎이 쌈하기 좋다며 뒤 뜰에 있는 머위잎을 추천했다. 머위잎은 나물로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쌈으로는 처음이라 신기했다. 장모님은 자신도 남동생이 권해 먹게 되었는데 쌉쌀하지만 고소한 맛도 있고, 아무튼 몸에 좋을 것 같아 먹게 됐다고 말했다.

채소라면 가장 먼저 쌈을 떠올릴 정도로 우리 민족의 쌈채소 사랑은 유별나다. 외국에 나가 사는 한국인들은 빈 땅이 보이기만하면 가장 먼저 상추와 들깨를 심을 만큼 쌈거리는 우리 음식문화에 빼놓을 수 없다.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한국인의 장이 서양인보다 80㎝가량 길다는 연구결과라 있을 정도다. 장이 길어진 것은 오랜 세월 채식을 많이 해서라는데, 채소나 곡류에서 영양분을 다 흡수하려면 음식물이 장에 머무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초식동물이 육식동물보다 장이 길어진 이유다.

고기나 밥 등을 쌈으로 먹을때 재료로 사용하는 쌈채소는 크게 잎채소류와 산채류로 나눌 수 있다. 쌈으로 먹는 잎채소로는 상추와 배추, 쑥갓, 호박잎, 들깻잎 등이 있다. 또 봄에 취나물, 참나물 등 산채류 가운데 잎이 큰 것은 쌈재료가 된다.

이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역시 이름 자체가 날로 먹는 채소인 상추일 것이다. 상추는 물만 줘도 잘 자라고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어 쌈의 재료로 애용되고 있다. 천금을 주고 씨앗을 샀다는 ‘천금채’라는 옛 이름에 쌈채소의 일인자로서 상추의 명성이 담겨 있다. 여기에다 어류나 육류의 독을 중화해준다는 들깻잎, 쓴맛에 향기가 진한 쑥갓, 배춧속 정도가 날로 먹는 대표적인 쌈채소다.

이와 더불어 서양 채소류인 케일, 치커리, 양배추, 엔다이브 등도 많이 재배되면서 쌈채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양에서 ‘채소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십자화과 채소인 케일이 면역력 향상 등 몸에 이로워 쌈채소로 애용되고 있다. 쌉싸름하니 입맛을 돋우고 식이섬유소도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인 치커리도 잘 알려진 쌈재료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엔다이브 역시 최근 인기를 끄는 서양식 쌈채소다. 꽃상추의 일종인 엔다이브는 벨기에의 대표적인 샐러드 채소로 형태는 배춧속처럼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순백색인데 쌉싸름한 맛이지만 아삭한 식감이 매력적이어서 고급요리 등에 곁들어지는 품목이다.

하지만 쌈채소가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것인 만큼 가격 변동성이 적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쌈채소를 생산하는 농업인은 물론 이를 사 먹는 소비자들 모두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식당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채소인 상추마저 가격이 때때로 널뛰기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태풍이나 흉작으로 채소가 금값이 될 때면 상추 적게 준다고 삼겹살집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고, 삼겹살을 상추에 싸 먹는 것이 아니라 ‘금추’가 된 상추를 삼겹살에 싸 먹어야 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상황엔 가슴이 먹먹해진다.

최근 정부의 긴급가격안정자금 투입으로 금값이던 과일 가격이 안정세를 그리는 사이 채솟값이 천정부지 오르면서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채소류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지면서 밥상을 차리기 위한 서민들의 발걸음이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과 수요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겠지만,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적절한 가격에 쌈재료를 구매해 고기와 함께 큼직한 쌈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대한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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