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기후 붕괴의 시작 - 박남규 밀알중앙회 강사랑환경대학 강사
2024년 04월 17일(수) 00:00
기후 변화는 마침내 기후 위기, 기후 이변으로 이어져 결국 기후 붕괴로 나아가고 있다. 총선을 뒤흔든 금(金)사과, ‘대파 한단 875원’ 발언을 초래한 대파의 작황 부진 역시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요즘 날씨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극심하다. 올해 2월 중순 우리 날씨를 떠올려보자. 지난 2월 부산 해운대구는 섭씨 24도를 기록해 시민들이 해운대 해수욕장 해변으로 몰렸으며 광주 남구 중앙로에서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반면 강원 고성군 진부령, 미시령 일원에 50cm 폭설이 내려 차량 통행이 마비되는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 겨울은 역대 비가 가장 자주, 많이 내린 겨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초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겨울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겨울 전국 강수량은 236.7㎜로 평년 강수량(89.0㎜)의 2.7배에 달했다. 1973년 이후 겨울 강수량 역대 1위라고 한다.

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더 거세지는 폭풍과 가뭄으로 인한 산불로 보험사들이 역사상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인간이 감당해야 할 직·간접적인 경제적 비용을 가리키는 ‘기후 비용(climate cost)’이라는 단어가 빈번히 쓰인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20년간 극심한 기상 현상으로 약 2.8조 달러의 기후 비용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기후 비용이 일상생활에 경제적 지출을 강요하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며칠 전 끝난 22대 총선기간 이슈가 된 금사과 신드롬은 폭염과 가뭄이 야기한 작황 부진에 따라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 현상이라 불릴 정도로 사과 가격이 급등해버린 사례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해 기후변화 지표가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또 지난 3월 ‘2023년 전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지구평균 표면 온도는 174년간 관측기록 중 가장 뜨거웠다”고 발표했다.

CNN은 최근 “지구 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오르면서 2023년 3월 이후 세계 바다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매일 역대 최고 1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소속 해양학자는 “지난 20년간 오른 온도가 불과 1년 만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바다가 이렇게 뜨거워진 것은 지구온난화에 더해 지난해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자연 현상인 엘니뇨가 평년보다 자주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해수면 온도 상승은 산호초 등 해양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폭풍, 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연결돼 호주의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백화(白化) 현상이 발생했는데 다름아닌 엘니뇨로 인한 피해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 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유지될 때를 말한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상태이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이상(異狀) 현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엘니뇨와 라니냐는 세계 각지에 ‘극한 날씨’를 발생시킨다. 올 겨울 우리나라가 유달리 따뜻하고 눈·비가 잦았던 원인 중 하나도 엘니뇨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 붕괴 현상이 안타깝게도 일상화 되고 있으며 우리가 평생 겪어보지 못한 기후 붕괴 현상을 맞이하게 됐다. 이른바 비정상의 일상화, 즉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안토니오 구테후스 UN 사무총장이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왔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인정해야만 하는 ‘뉴노멀 시대’가 다가오고야 말았다. 기후 붕괴의 심각성을 깨닫고 모두가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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