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2일의 기억 - 송기동 예향부장
2024년 04월 16일(화) 00:00
# “내가 손을 좀 더 뻗었더라면… 내꺼 구명조끼를 줬더라면… 먼저 내보냈더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살아준 것과 살아내는 것,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광주시 광산구 목련로에 자리한 산정중학교 대강당.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2~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연극부가 김탁환 작가의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에 실린 단편소설 ‘눈동자’를 원작으로 한 연극을 15일 무대에 올렸다. 대본 집필과 연출은 물론 연기, 조명, 음향 등을 학생들의 힘으로 해결했다. 연극은 출연진 모두가 나와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함께 부르며 마무리됐다.

# “잘 지내고 있니? 선생님도 잘 지낸단다.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나는… 보고 싶구나… 이제 어른이 되었을 너희가.”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전 ‘천계(天界)의 바람이 되어’(~4월 25일). 박정용 작가(전남대 미술학과 교수)의 작품 ‘승화된 꽃’에 쓰여있는 손글씨 문구들이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유독 ‘기억하겠습니다’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많이 띈다. ‘또래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였던 사진기자와 해외에서 참사를 뉴스로 접한 후 꾸준히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찾아 세월호 흔적을 사진과 그림으로 기록한 작가…. 5명의 작가들은 사진과 설치, 영상, 회화작품 등으로 ‘그날’의 참사를 작품화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았다. 꼬박 3652일이다. 참사 이후 열 번 째 봄이 찾아왔지만 한국사회는 그동안 얼마나 변화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사이 ‘이태원 압사사고’(2022년)가 발생한 것을 보면 세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중학생들이 무대에 올린 연극 작품과 작가들의 추모전은 모두 10년 전 ‘그날’ 참사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정영창 작가의 비디오 작품 ‘목격자’(4분26초) 속 문구는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기억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아요. 아프기 때문에 기억해야 합니다.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합니다.”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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