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교육은 신문 읽기- 조미옥 전 나주 매성중 수석교사, 광주일보 독자위원
2024년 04월 15일(월) 21:30
봄 그리워 애태웠거늘 때가 되니 정말로 우리에게로 왔다. 예쁜 봄꽃들이 신문에 등장하는 사진을 보니 봄나들이에 대한 설렘도 커진다. 이렇듯 신문의 정보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

워렌버핏이 주주총회에서 한 “변화하는 세상을 알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참가했던 학생이 어떻게 하면 세상을 알 수 있냐고 묻자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문을 읽으면 보인다”고 하였다.

이렇듯 신문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왜 신문 읽기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렇게 빠른 세상에 종이로 된 신문을 읽는다는 것이 시간 낭비이고 자원 낭비란다. 읽기도 힘들고 버거운데 그걸 쓰는 사람도 있다며 설득해 보지만 천연의 맛보다는 여러가지 첨가된 맛으로 달달해진 매체에 끌리게 되어 점점 더 읽는 힘이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마저 길다며 쇼츠에 열광한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데 지금 문제되는 것은 ‘문장’ 해독력이다. 문해력은 ‘교육받은 사람’의 기본 능력이다. 그 능력은 사고력·상상력·창조력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주 문해력에서 문제를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력·상상력·창조력의 발휘 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런 상상력 훈련은 현행 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정답 찾기가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는 정답을 넘어서게 하는 데 있다. 자칫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면 내가 다른 사람을 미워하게 만드는 편견과 다른 사람이 나를 미워하게 만드는 오만이 형성되어 건강한 나 자신이 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건전한 사회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은 읽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책 읽기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알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역시 활자로 된 신문 읽기이다. 스포츠면을 좋아하는 학생, 연예인 기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신문을 보다가 다른 지면도 우연하게 봄으로써 다른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서로 이야기 나눔으로써 생각 나누기를 통해 자신의 진로까지도 영향을 받은 아이들을 보게 된다. 읽는 것 보다는 느낄 수 있도록 느끼는 것보다는 깨달을 수 있는 환경을 건드려 주기만 하여도 아이들은 정말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기발한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정보를 알고 그 정보를 합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자기주도적인 민주시민이 되게 하는 신문활용수업(NIE·Newspaper In Education)을 꾸준하게 해 올 수 있었다.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친구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자기만의 세상에서 고생하던 미진이는 신문을 통해 자기 관심사의 기사를 정성껏 오려서 스크랩하였는데 그 결과물에 대해 친구들이 감동받아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니 그제사 자신만의 굴레에서 천천히 벗어나 친구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감동적이었다.

은식이는 신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던 친구였는데 성 차별과 직업 차별에 대해 관심이 많더니만 사회에 나와서 남자 간호사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미영이라는 친구는 신문을 계속 읽고 싶어 신문 봉사를 자청하였는데 경찰의 꿈을 안고 경찰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면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꿈을 자신감있게 이야기하니 주변 친구들이 되레 경찰 관련 기사가 있기만 하면 미영이에게 가져다 주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다.

일찍이 연암 박지원은 ‘우상전’에서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칼이 아니라 붓의 힘이라고 역설함으로써 문화의 힘을 강조하였다. 그 중심에는 신문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광주일보 지면에서 ‘길위의 김대중’이라는 기사는 학생들에게 읽고 스크랩하게 함으로써 큰 인물을 기억하고 상상하게 하였다. 훗날 김대중 같은 큰 인물이 나오길 소망한다.

언론이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보듬을 수 있어야 하며 걸러내기가 아닌 지역의 인재들을 길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미담을 찾아내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광주일보 독자들에게 응원가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지역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기존의 언론이 담아내지 못한 세심한 이야기들을 72년의 역사로 뚝심있게 지키면서 지방화 시대를 선도하였기에 학생들과 함께 광주일보를 통해 많은 이야기들을 엮어 갈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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