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봄나물 제왕 ‘두릅’ 알고 먹자
2024년 04월 14일(일) 18:30
사포닌·비타민 등 풍부…독성 성분 있어 데쳐 먹어야 안전

참두릅

4월 물이 오른 산과 대지에 봄나물이 지천이다. 집과 텃밭에는 아욱과 달래가 자라고, 야산 곳곳에는 고사리 등 온갖 산나물이 얼굴을 내민다. 궁핍했던 시절 이 고마운 자연의 선물은 배고픈 이들에게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먹을거리가 됐고, 삶의 의지를 키우는 보약 같은 존재였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어김없이 언 땅을 녹이고 나 본란 듯이 나오기 때문이다.

산나물이야 다 좋지만, 그중 유독 이맘때 인기를 끄는 산나물이 있으니 두릅이다. 두릅은 크게 ‘나무두릅’(산두릅)과 ‘땅두릅’으로 나뉜다. 나무두릅은 두릅나무 새순인 참두릅과 엄나무 순인 개두릅으로 구별하며, 땅두릅은 하우스에서 자란 재배종과 4~5월 돋아나는 새순을 땅을 파서 잘라낸 자연산이 있다.

보통 두릅이라고하면 참두릅을 말하며, 하우스에서 재배한 땅두릅보다 조금 늦은 4월 중순부터 출하된다. 엄나무 순이지만 두릅과 닮았다고 해서 두릅으로 불리는 개두릅은 두릅 중 향과 쌉쌀한 맛이 제일 강하다. 약효가 좋아 예로부터 최고의 약재로 쳐왔는데, 나무가 커서 하우스 재배가 어렵고 4월 중순에 반짝 나오기 때문에 구하기 힘든 나물로 귀한 취급을 받았다.

센 바람에도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고 ‘독활(獨活)’이라고 불리는 자연산 땅두릅은 가시가 없어 줄기 끝까지 다 먹을 수 있고, 길고 잎이 둥글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3월에 출하되는 것은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 4월 초~5월 초 판매되는 것이 자연산이다. 최근에는 시설 하우스 재배로 농가의 효자 작목이 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건강식품 인기 품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갖가지 모양과 다른 이름을 가졌지만, 두릅은 공이 단백질이 많고 지방·당질·섬유질·인·칼슘·철분·비타민(B1·B2·C)과 사포닌 등이 들어 있어 혈당을 내리고 혈중지질을 낮추어 주므로 당뇨병·신장병·위장병에 좋다. 피로를 풀어 주며 몸에 활력을 준다. 또 춘곤증을 해소에도 제격이다. 두릅은 살짝 데쳐 물에 잠깐 우린 뒤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입맛을 돋우며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튀겨 먹어도 맛이 좋다. 데친 나물을 쇠고기와 함께 꿰어 두릅 적을 만들거나 김치·튀김·샐러드로 만들어 먹는다.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에 절이거나 얼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맘때쯤 몸에 좋은 봄나물을 먹고 속앓이를 하는 등 고생하는 이들도 있다. 몸이 좋아지라고 먹었는데 독이 된 셈인데 잘못된 산나물 섭취는 식중독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야산이나 등산로 주변에 자생하는 야생식물을 산나물로 오인해 먹거나 달래나 고사리, 원추리 등 독성이 있는 식용 나물을 잘못 조리해 비식용 부위를 섭취하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두릅도 예외가 아닌데 두릅 줄기에는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 성분이 있어 끓는 물에 데친 후 먹는 것이 안전하다. 또 두릅은 씻어서 통에 보관하기보다는 씻지 않는 채로 신문지나 키친타월에 싸서 보관했다 먹는 편이 낫다. 채취한 지 오래되면 맛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바로 채취해서 먹는 것이 효능 면에서도 더 좋다고 한다.

야생의 산물이 자신을 보호할 목적으로 독을 갖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 뭐라 할 수 없으니, 이를 섭취할 인간이 조심하는 게 당연하다. 특정 작물에 없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특성의 품종을 개발하거나 개량하는 것 또한 연구자와 농어업인의 의무인 것처럼 말이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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