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효과 -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2024년 04월 10일(수) 00:00 가가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 수족관에 천적인 메기를 넣는다. 정어리들이 메기를 피해 꾸준히 움직이기 때문에 장거리 운송에도 죽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어리들은 항구에 도착하면 대부분 죽지만 살아남은 정어리들은 식감이 좋은 탓에 높은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어느 어부가 정어리 수족관에 메기를 집어넣은 데서 유래된 ‘메기 효과’는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이번 4·10 총선에서도 이런 메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비례정당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혁신당이 범야권에서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조국혁신당의 ‘돌풍’ 배경에는 무엇보다 선명한 ‘정권 심판론’이 원동력이 됐고, 이는 범야권의 지지층 결집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은 애초 조국혁신당에 대한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다. 신당 창당 당시에만 해도 야권인 민주당마저 이른바 ‘조국의 강’에 또다시 빠질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조국의 강’은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무기 삼아 범야권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한 대립만 이어가는 여야에 대한 실망, 그리고 윤석열 정부도 싫고 이재명 대표도 싫다는 중도층 유권자들을 이끌어낸 것이다.
또한 민주당이 180석 넘는 의석 수로도 그동안 정국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이번 총선 과정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 잡음을 일으킨 데 실망해 등을 돌렸던 지지층도 다시 투표장으로 향하게 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 일색인 호남에서도 이런 메기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하다. ‘민주당이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공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전남에서의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점 때문에 공천됐다고 법정 선거토론회를 불참한 후보가 있는가 하면,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당 대표가 광주·전남 지원 유세를 위해 단 한번도 내려오지 않는 것을 두고 어찌보면 호남 유권자를 ‘잡아 놓은 물고기’ 취급했다는 분노섞인 여론이 나오고 있다.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