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홍매(紅梅)가 고향 담양 품에 안긴 사연- 고 민 석 의열공종중 행사추진위원장, 한국경영평가연구원 이사장
2024년 04월 10일(수) 00:00
봄이 찾아 오면 많은 사람들이 꽃을 보러 나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매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산사를 찾는 경우도 많다. 구례 화엄사 화엄매, 백양사 고불매, 선암사 선암매 등이 대표적이다. 전남대 홍매(紅梅)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매화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며칠 전 전남대 홍매와 관련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6일 전남대와 장흥 고씨 의열공 종중이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에서 개최한 전남대 홍매 나눔 식목 행사가 그것이다.

전남대 홍매는 조선시대 고경명 의병장의 손자이자, 고인후 의병장의 아들인 월봉(月峯) 고부천 선생이 1621년(조선 광해군 13년) 명나라 특사로 갔을 때, 희종 황제에게 받은 홍매 한 그루를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에 심은 ‘대명매(大明梅)’에서 유래한다.

이후 고부천 선생의 후손인 전남대학교 고재천 교수가 이 나무로부터 1918년에 분주(分株)해 키우던 것을 1952년 전남대학교 농과대학에 기증·식재했고 1972년 현재의 자리인 대강당(현 민주마루)에 옮겨 심었다.

항일 학생 비밀결사 건아단(健兒團)을 조직하며 항일운동에 뛰어들었던 고재천 교수는 전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제3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기도 했다.

이 나무는 ‘전남대 홍매’라 불리며 전남대인은 물론 광주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한 김병인 전남대 교학부총장의 말처럼 전남대 홍매는 1980년 5·18 민중항쟁 당시 전남대생들의 의로운 투쟁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또 매년 3월이면 꽃망울을 터트려 이제 막 새로운 출발선에 선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에게 봄 기운을 전해주었다. 광주시민들 역시 전남대 홍매를 보며 새로운 한해를 기약한다.

이번 식목행사는 72년만에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기증했던 나무의 후계목이 다시 고향 유천리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지방화시대를 맞아 전남대학교가 독립운동가 고재천 교수의 면학·애교정신을 기리고 장흥 고씨 의열공 종중에 전남대 후계목을 기증함으로써 보은을 실천했다는 점도 우리 문중은 고맙게 생각한다.

종중은 고부천 선생 유장비터에 홍매를 식재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고재천 교수 사위인 안재홍 전 국회의원이 가족대표로 전남대학교와 장흥 고씨 의열공 종중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병인 부총장은 기념사를 통해 “앞으로 100년 아니면 200년이 지난 다음 유천리의 후계목이 전남대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고 호남 지역 곳곳에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전남대 홍매가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되어 조국과 민족의 영광스러운 미래를 이끌고 우리 개개인의 삶에 기쁨과 행복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감소 해결이 국가 현안 과제가 되면서 지방소멸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대 홍매의 귀향(歸鄕)은 지방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매년 3월이면 담양 유천리에서 활짝 핀 홍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홍매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이야기하고 행복한 마음을 간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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