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나라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04월 09일(화) 00:00 가가
“쥐는 쥐를 뽑아야 합니다. 고양이는 얼룩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아먹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22대 총선을 앞둔 서울 지역 유세 현장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생쥐나라에서 ‘강력하게 우리를 지도해주겠지’라는 생각에 고양이를 뽑았는데 검은 고양이가 먼저 뽑혀가지고 지나가는 생쥐를 마구 잡아먹는다”며 올바른 선택을 호소했다.
‘생쥐나라’(mouseland)는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라스가 1962년 캐나다 의회에서 한 연설에 나온다. 서민들을 생쥐에 빗대 자신들을 위해 일할 생쥐를 뽑지 않고 그들을 탄압하는 고양이를 지도자로 뽑는 상황을 비판한 연설이다. 그가 연설에서 소개한 ‘생쥐나라’는 민주적 선거 방식으로 4년 마다 지도자를 뽑았다. 생쥐들은 그런데 생쥐가 아닌, 커다란 검은 고양이만 뽑았다. 그런 고양이들이 생쥐 삶에 관심을 가질 리 만무했다. 생쥐들이 좁은 입구를 드나들며 다친다며 쥐구멍을 넓히는 법을 만들어 고양이가 쉽게 발을 넣을 수 있도록 했고 생쥐들이 너무 빨리 뛰다 다친다며 일정 속도 이하로 다니는 법을 만들었을 뿐이다.
생쥐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호되게 당한 생쥐들은 다음 선거에서 흰 고양이를 뽑았다. 이번엔 네모난 쥐구멍을 만드는 법이 통과됐다. 고양이는 두 발을 모두 넣을 수 있게 됐고 생쥐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졌다. 이후에도 생쥐들은 색깔을 번갈아 가며 고양이 정권을 선택했다. 얼룩덜룩한 점박이 고양이, 색깔이 반반씩 섞인 연정 형태의 고양이를 지도자로 뽑기도 했다. 나아질 리 없다. 고양이가 쥐 생각 할 리가 없지 않은가.
4·10 총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전남의 투표율이 41.1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불쌍한 생쥐’가 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의 다짐일테다. 유권자의 한 표가 좋은 정치인을 뽑는 데 쓰여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내 한 표가 당선자를 뽑지 않았더라도 ‘죽은 표’가 아니라 당선자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소중한 ‘기록’으로 남는다. 대한민국호의 경로를 결정할 민심의 뜨거운 흐름을 목도하는 날, 이제 하루 남았다.
/dok2000@kwangju.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22대 총선을 앞둔 서울 지역 유세 현장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생쥐나라에서 ‘강력하게 우리를 지도해주겠지’라는 생각에 고양이를 뽑았는데 검은 고양이가 먼저 뽑혀가지고 지나가는 생쥐를 마구 잡아먹는다”며 올바른 선택을 호소했다.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