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시대정신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4년 04월 05일(금) 00:00 가가
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가 시대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여당은 “586 청산이 시대정신”이라 외치더니 다시 “이조심판”을 주창하고, 야당은 “무지·무능·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세계화, IT시대, 참여민주주의, 경제민주화 등을 앞세워 “시대정신에 따라 투표해 달라”고 호소해 왔다.
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사회 일반에 널리 퍼져 그 시대를 지배하고 특징짓는 정신을 말한다. 독일어 Zeitgeist(자이트가이스트)에서 유래된 용어로 철학자 헤겔이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헤겔은 인간의 ‘정신(精神)’을 절대적인 존재이자 모든 것의 근원으로 보았다. 인류 역사에는 한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절대적인 정신이 있고 그것이 바로 시대정신이라는 것이다. 헤겔이 말하는 시대정신은 일반적으로 경제 불황에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즈주의나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신자유주의처럼 수 십 년에 걸쳐 세계를 뒤흔든 거대 담론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당면한 현안에 따라 작은 의미로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현재 한국 정치의 시대정신은 민주주의와 민생경제 그리고 한반도 평화라 할 수 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시절부터 ‘3대 위기론’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다. DJ의 통찰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스웨덴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국가’라고 진단했다. 민생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 사과 한 개에 1만 원 시대, ‘백설공주’의 마녀도 두 손 들었다는 ‘금(金)사과’와 모두를 절망에 빠뜨린 ‘대파 대란’ 등 국민의 삶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또한 지구촌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한반도는 여전히 긴장 상태다.
오늘부터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투표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한다.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심판’을 내세워 선택이 아닌 응징의 선거라 할 수 있다. 여야가 ‘이조심판’과 ‘정권심판’으로 규정지은 총선의 시대정신은 어떻게 나타날까. 다가오는 10일 황혼녘이 되면 그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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