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눈높이’ 의미와 거부·회피- 한국환 경영학 박사
2024년 03월 19일(화) 22:00
몇 년 전부터 정치 경제 사회 등 많은 영역에 걸쳐 자주 듣는 말이 ‘국민의 눈높이’다. 특히 재판 결과나 정당과 각종 단체의 활동에 대해서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하며 의견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으며,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대통령 부인의 명품 백 수수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 한국대사로 임명·출국시키는 일을 일사천리로 하여 ‘런종섭’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 인프라는 그대로 둔 채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발표는 4·10 총선용 발표로 현 정부 국정운영의 민낯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런 일들은 윤 대통령과 정부의 자질 속내를 보여주는 소위 ‘내로남불’의 단적인 증거로 ‘국민의 뜻’에 반하여 큰 비난을 사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이며 ‘어떤 기준’으로 평가·측정할 것인가? 이는 선거 때의 투표 결과나 각종 여론의 찬반 비율, 또 여러 매체에 보도된 의견(사설, 칼럼) 등 일치된 사례가 일반적인 ‘국민의 뜻’과 여론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그 결과(수치)가 바로 ‘국민들의 뜻’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눈높이란 어떤 사물을 바라보거나 상황을 인식하는 안목의 수준이지만, 진정한 ‘국민의 눈높이’란 어떤 일에 대한 일시적 감정이나 화풀이가 아닌 그 시대의 법적 기준이나 규정, 정서에 따른 ‘국민의 인식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란 말을 어떤 일에 논란이 생겼을 때 정확한 해명 대신 잘못을 적당히 덮거나 가리기 위한 상투적 언어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채 2년이 못되는 동안 국회에서 발의하여 넘어온 법안인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아홉 번째로 거부권(1월 30일)을 행사했다. 이는 민주화(1987년) 이후 역대 정부에서 전례 없는 기록이다. 결국 이번 일로 2022년 10월, 꽃다운 우리 젊은이들 159명이 희생된 참사를 소상히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정부 스스로 거부·회피한 것이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지난 1월 5일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성남 대장동 사업 50억 클럽)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국회로 보냈다. 그런데 쌍특검 거부권 여론은 반대 70% 찬성 20%, 이태원 특별법은 재의결 50% VS 폐기 33.7%로 나타났으며 김 여사 명품 백에 대한 수사 필요성 응답은 56%이다. 이런 조사 자료들은 사실상 객관적 국민의 뜻이며 여론이다.

그런데 결국 지난 2월 29일 임시국회에서 재 표결 결과 둘 다 부결됐다. 그럼으로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서 재 표결 후 폐기된 사례는 지난해부터 다섯 번째다. 그렇다면 이처럼 잦은 거부권 행사가 본인이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한편, 제22대 총선 공천 과정에도 여야 모두 논란이 많다. 특히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내홍으로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기준이 예매한 전략공천, 친명·비명·친명에 따라 단수 공천, 당내 경선, 컷오프(공제배제)가 이뤄졌고 ‘비명횡사 친명횡재’ 했다며 분열의 큰 위기를 겪었다.

뿐만 아니라 여당에선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의원들의 비상식적 개인적 발언, 특히 해병대 채 상병의 사망 수사에 외압 의혹 피의자를 호주 대사로 임명·출국시킨 일은 ‘불공정’한 처사로 ‘국민의 눈높이’와는 너무 동떨어져 이번 총선 최대 이슈로 부상하여 국민의힘도 리스크가 크다.

이제 여야는 최근 여론 결과를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공천 논란도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일체 없을 것이다. 정부는 격상된 민심의 수준을 생각하여 인기영합적인 설익은 아마추어적 대책은 접어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에 보장된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적 모든 정책은 ‘국민의 뜻’을 헤아려 세심히 행해져야 하며 대통령 말 한마디가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국민의 눈높이’이며 선진국으로 격상된 품격에 걸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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