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벽’이 되는 의사소통 - 박진영 공감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2024년 03월 17일(일) 21:30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같은 슈퍼히어로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마스크를 착용해서 일반인과 구별되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스파이더맨의 경우, 그의 진짜 신원인 피터 파커는 평범한 삶을 살면서도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면 스파이더맨 슈트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 마스크는 피터의 얼굴을 가려주는 구실을 한다. 어느 누구도 그가 피터 파커인줄 알아보지 못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조차 그렇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마스크는 의사나 간호사, 호흡기를 보호해야 하는 공장 근로자, 조리사만이 쓰는 도구였다. 그런데 코로나 대유행을 겪는 3년여 동안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살았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던 적도 있다. 지금은 코로나 대유행이 지나갔다. 그런데도 마스크를 계속 쓰는 사람이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이 마음 편해서 계속 그런다는 사람도 있다.

13년 전 종로의 어느 편의점 출입문에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면 강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종로2가 파출소가 관내 편의점에 강도 사건이 급증하면서 범죄예방 차원에서 내놓은 방법이었다. 마스크와 모자를 함께 착용하면 얼굴과 머리를 모두 가리게 되어 익명성이 더 커진다. 실제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범죄자나 강도들이 이런 차림으로 표현되는 일이 많다. 공공장소에서 그런 차림을 한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되면 주변 사람들은 불안감을 갖게 된다. 비록 자신을 안전하게 하고 보호하기 위해 사용했더라도, 범행을 저지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마스크를 하는 것은 소통을 하는데도 방해가 된다. 표정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을 하면, 사람의 표정이 가려져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기가 어려워진다. 상대도 그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비록 목소리의 톤을 귀로 들을 수 있지만, 얼굴 표정이 감춰지는 것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제약받는다. 그런 점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일부러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의 말에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A씨는 세 사람을 한 자리에서 만난 뒤 경험을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세 사람 가운데 한명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났는데, 처음엔 그가 뭔가를 감추는 사람으로 여겨졌다고 했다. 그래서 큰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모임이 마무리할 때까지 그가 마스크를 벗지 않자 나중에는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감기에 걸려 행여나 주변에게 피해를 줄까봐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사람들 사이에 거리감을 남기고 연결도 약해지는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한다. 마스크를 쓰고 의사소통을 하다보면 자칫 이런 손실을 입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부득이 마스크를 착용하겠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서도 감정을 전달하고자 할 때는 목소리나 단어 선택, 몸의 자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는 비언어적인 신호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손짓이나 눈동자 움직임, 자세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차렷 자세로 말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손동작이 상대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또, 목소리의 강도나 억양을 잘 조절해서 상대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둘째, 적절한 언어 선택이 필수다. 서로가 오해하지 않도록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을 사용하면서, 필요하면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여 상대방이 말하는 진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 셋째, “제가 지금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뜻을 전하는 것이 좋다. 중간에 살짝 마스크를 벗거나 잠시 한쪽 테두리를 내리면서 자신의 표정을 드러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면 상대도 이해를 하면서 자신을 존중하고 배려한다고 여기게 된다.

상대방이 마스크를 써서 표정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말소리와 상호작용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표정을 보면서 대화를 해도 오해가 생기는 게 현실이다. 말만으로 사태를 다 이해하고 뜻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말을 더 귀 기울여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들을 때는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서로가 상대의 감정을 공감해줄 때 우리는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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