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점점 빨라지는 감자 심는 시기
2024년 03월 17일(일) 18:50
짧은 재배 기간·필수 영양 갖춰 ‘미래 식량’ 각광

/클립아트코리아

며칠 전 봄감자를 심는 시기를 놓고 아내와 승강이를 벌였다. 새로 경작하게 된 밭에 감자를 심었으면 하는데 언제 해야 할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나는 소싯적 경험을 들먹이며 3월 말이나 4월 초라고 우겼지만, 아내는 요즘은 달라졌다며 3월 중에 심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인터넷 검색창에 판결을 받아 보기로 했고 농협에서 나온 2024 농사월력의 3월 편에 ‘감자 심기(남부 3월 상중순, 중부 3월 중하순)’을 근거로 3월 중을 정답으로 인정했다. 아쉽지만 결과는 아내의 승이었다.

감자는 고구마, 옥수수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물이다. 중남미 안데스산맥이 원산지로 1824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구황작물로 활용되다가 지금은 농업인의 주요한 소득원이 됐다.

초봄 씨감자를 심으면 100여 일 자라 하지인 6월 말에는 수확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하지에 일찍 수확한 감자를 하지감자라고 부른다. 그때는 논에 모를 낸 벼들이 이제 조금 자랐을 시점인데 석 달이 미처 못 되는 시간에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감자는 벼나 밀보다 재배 기간이 짧다. 햇빛이 조금 모자라도, 기온이 낮아도 잘 자란다. 더군다나 덩이줄기가 땅속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다른 곡물에 비해 같은 경작 면적에서의 생산량도 2~4배 많다. 구황식물로 배고픈 시절을 극복하게 하는 고마운 작물로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자는 필수 영양소도 골고루 갖췄다. 식물의 줄기가 변형된 덩이에 영양소를 저장하는데 주요 영양소는 전분이지만 비타민 C·B2·B6, 아미노산, 단백질, 미네랄, 식이섬유, 칼륨 등이 풍부하다. 클로로겐산, 루테인 등의 항산화 성분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우주 식량’과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감자는 밀과 쌀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이다. 동서양을 아울러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하며 수차례의 식량난을 버티게 해준 대표적인 구황작물로, 전 세계 13억 명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중국 등에서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비중이 높다. 유럽에서도 주식으로 인기다. 프랑스인은 감자를 ‘땅속의 사과’라고 하며, 독일인은 ‘땅에서 나는 배’로 부른다.

그런데 식량작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감자 생산량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줄고 있다고 한다. 농작물이 산업화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를 견디지 못하면서 식량 자원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감자 파종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고 생산량마저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감자 생산량은 전년보다 9.5% 감소한 51만t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생산업자들은 감자 작물을 심는 비용이 40% 이상 오르면서 농가의 수익성이 지금처럼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으로 감자의 이상적인 재배 온도인 섭씨 20도에서 30도의 기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지역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 생산량은 갈수록 줄 것으로 예상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습격을 저지하지 못하면 인류가 세계적인 굶주림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감자가 구황작물로서 임무를 다한 터라 우리와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크게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먹거리의 위기는 곧 우리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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