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반려식물과 봄맞이 어떤가요?
2024년 03월 10일(일) 19:20
‘꽃멍’에 빠진 ‘식집사’ 늘어…지구 환경 개선 효과도

쑥갓 꽃.

20여 년 전 초보 농부였던 시절, 밭에 쑥갓을 심었다가 꽃이 너무 예쁘길래 한참을 두고 보다 동네 어르신의 지천을 들었던 적이 있다. 어르신들은 꽃으로 힐링하는 철없는 젊은이를 보면서 격세지감과 함께 농사 환경 변화 등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요즘 꽃이나 나무 등 좋아하는 식물을 애지중지 돌보는 반려식물 키우기가 인기다. 반려식물은 반려동물과 같이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감정을 교류하기 위해 기르는 식물을 말하는데 식물을 활용한 원예치료(치유농업)의 일종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반려식물 키우기 열풍에 ‘식집사’(식물과 집사의 합성어)가 되기를 자청하는 이들이 늘었고, ‘꽃멍’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식물로 사무실을 꾸미는 오피스 가드닝도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이다.‘식물복지 선언문’까지 발표되면서 이제 반려식물 키우기는 어엿한 ‘반려의 문화’로 발전하게 됐다. 지자체도 ‘반려식물 문화 및 산업 활성화 지원 조례안’을 발의해 지역에 반려식물 문화를 확산하고 반려식물 산업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행·재정적 근거를 마련할 정도다.

관련 산업 역시 덩달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에 따르면 국내 실내 농업 관련 시장 규모는 2021년 1200억 원에서 2026년 1조7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나는 농사는 농사답게 가축은 가축처럼 키워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택에서나 반려동물을 키우지, 가족과 같이 집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마뜩잖게 여겨왔다. 이는 반려식물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가치였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고, 내 생각도 달라졌다. 현대인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반려식품을 돌보며 외로움을 덜고 정서적인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아파트 등 주거환경의 변화도 반려동물의 대안으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인기를 얻는데 한몫 하는 것 같다.

이 말은 결국 식물을 기르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환경의 변화에 스트레스를 겪는 현대인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지 예뻐서 키우기보다는 살아있는 식물을 통해 삶의 위안을 받으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한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반려식물 키우기의 기원은 우리 선조들의 분재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무를 분에 심어 가꾸는 일을 분재라하며 이 같은 행동을 분 가꾸기라고 하는데 반려식물 키우기와 의미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나 소사나무, 단풍나무 등 나무가 화초류 등으로 바뀐 정도다.

또 선비들의 고고한 취미 중 하나인 난초나 국화 키우기 역시 가꾸는 식물의 종류만 달랐지 개념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선조들의 식물에 대한 천착이 수천 년을 면면히 이어온 것이다.

어쨌든 반려식물 키우기의 확산은 농업의 측면에서나 국민의 건강과 관련 모든 면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녹색식물을 통해 현대인들의 지친 심신을 안정시켜 주고 나아가 지구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자신에게 적합한 반려 식물 하나 들이는 게 어떨까.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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