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복합쇼핑몰 3종 세트’ 게임 관전평- 박홍근 건축사
2024년 03월 05일(화) 22:00
평생 경제학을 공부하고 게임이론을 전공한 한순구 교수는 “게임이론은 사람들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전략’과 ‘선택’을 체계적으로 깊이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선택의 갈림길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를 펼쳐놓고 가장 유리한 쪽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연구 분야”라 했다. 필자 또한 평생 건축관련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 건축사로서 이런 관점에서 지역 주요 개발사업을 바라본다.

개발사업자(디벨로퍼)는 ‘개발 게임’의 프로들이다. 그들이 일명 ‘광주형 복합쇼핑몰 3종 세트’라는 ‘광주 신세계백화점’ 확장·이전, 전남·일신방직 터의 ‘더 현대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의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개발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상대는 광주광역시다. 행정의 지원군은 각종 위원회의 전문가들이지만 아쉬움 또한 많다. 향유해야 할 시민이나 시민사회 전문가는 참여할 기회가 없어, 게임장 밖 벤치에 앉아 관전평을 해본다.

첫 번째, 광주 신세계백화점 확장·이전은 될 것이다. 신세계와 금호그룹 측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패(覇)다. 신세계는 금호그룹 소유의 광천터미널 쪽으로 위치 변경을 통해 ‘꿩 먹고 알 먹고’다. 마트와 백화점 영업을 하면서 더 좋은 위치에 사업을 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유리한 게임이다.

광주시는 이 게임에서 어떤 이득을 얻을 것인가. 터미널 환경 개선과 도시경관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킬 독특한 건축 디자인이 나오게 해야 한다. 공공이익을 실현할 혁신적이고 특색있는 콘텐츠가 들어서야 한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축소판이나 동대구터미널 정도로 만족하지 말고, 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승’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전남·일신방직 터는 그런대로 개발될 것이다. 디벨로퍼의 이익 극대화 선에서다. 광주시는 복합쇼핑몰 ‘더 현대 광주’와 호텔 유치, 땅장사를 한 이익금 중 약 6000억원을 공공기여금으로 받는다. 그 외는 사업자의 아파트 장사와 부대시설, 일부 공원이 조성되는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약간 난이도 있는 게임이지만 아쉬운 무승부에 불과하다.

무승부를 ‘승’으로 전환 시키기 위해서는 꿀잼도시가 될 콘텐츠, 공간복지를 실현할 여유 공간, 약 3만평이 넘을 아파트 부대 상가의 활용 방안 모색, 협소한 공원의 확장과 분산된 시설의 입체적 연결, 현상설계 원안대로 공중광장 조성 등등 이곳만의 색다른 도심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미래를 꿈꾸고 준비할 공간인 ‘도시미래관’을 꾸며 ‘광주 100년’을 지금부터 실천해야 한다. 이 정도면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세 번째, 어등산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는 가다가 멈출 수 있다. 약 1조4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있는가? 필자의 관전평은 ‘없다’이다. 배후 인구 부족, 천혜의 관광자원 전무, 앞서 달리는 두 곳의 복합쇼핑몰 등등을 고려해 볼 때 특별한‘다른 이유(?)’가 없다면 신세계 측에서 2개 사업을 동시에 끝까지 투자하지 않을 것 같다. 계약금 86억원과 보증증권으로 116억원을 투입했다고 마무리까지 갈지 의문이기에, 게임의 난이도가 매우 높다.

이 개발 게임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려면 특별히 법과 규정에 ‘안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업자가 원하는 대로 해 주어라. 그들이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하면 된다. 포기를 위한 출구전략을 짜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으로,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란 어록을 남겼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 말을 되새겨 봐야 한다. 탁상행정 정도의 문제의식과 희망고문 수준의 현실감각으로는 택도 없다. 이상을 꿈꾸며 현실에 기반한 탁월한 문제의식과 냉철한 현실감각으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겨우 2승 1무의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약간의 이익 있는 ‘무승부’다. 행정책임자는 사업을 ‘사명’으로 여기고 더 치열하고, 치밀하고, 집요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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