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 환상의 미술] S 엘리자베스 지음, 박찬원 옮김
2024년 02월 15일(목) 21:10
환상에 대한 기이한 감성…매혹적인 판타지 세계로 초대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환상이 있다. 대부분 그 환상은 어린 시절 갖게 된다. 해질 무렵 붉게 물드는 노을을 보면서 동화의 나라를 꿈꿨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동물원이나 미술관에서 보았던 특정 장면을 모티브로 자신만의 환상을 그렸을 수도 있다.

사전적 의미의 환상은 “현실성이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을 일컫는다. 환상은 이루어질 수 없는 미지의 일이나 실현 불가능한 특질 때문에 더 아름답게 포장되곤 한다. 당장 눈앞에 구체화되지 않기에 환상에 대한 열망은 강렬해진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내면에 자신만의 환상의 캐릭터를 지닌다. 그것은 판타지 영화이거나 만화, 소설, 웹툰, 그림 등의 캐릭터일 수도 있다. 즐거운 토끼 굴로 사람들을 이끄는 앨리스, 배트맨, 슈퍼맨 등이 그들이다. 어떤 캐릭터는 영웅인 반면 어떤 캐릭터는 빌런이기도 하다.

잠시 답답한 현실을 떠나 미지의 환상 세계로 여행을 이끄는 책이 발간됐다. 작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S 엘리자베스가 펴낸 ‘환상의 미술’은 현실과 동떨어진 미지의 세계를 담고 있다. 저자의 인터뷰와 에세이는 ‘코일하우스’, ‘터치 매거진’, ‘죽음과 소녀’ 등에 실려 있다.

저자는 “미지의 세계, 신비로운 생명체로 가득한 세계, 비밀과 보물 천지인 별세계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서사시와도 같은 여정에는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며 “예술가들은 이러한 상상의 세계와 환상의 생명체를 오랜 세월 탐구한 후 다양한 매개를 통해 신비롭고 신화적인 것을 표현해왔다”고 밝혔다.

환상적인 것에 대한 민감한 감성은 예술가들이 지닌 성향 가운데 하나다. 이들을 비범하면서도 놀라운 가능성으로 가득한 세계에 반응하도록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야기이다. 설화, 민담, 우화 등은 서사의 형태로 오랫동안 인류에게 전승돼 왔다. 여기에 예술가들은 그림이나 조각 등을 통해 생각, 환상, 꿈 등을 부여했다. 특히 화가들은 그림을 매개로 판타지라는 세계를 구현했다.

책은 모두 세 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첫 번째 방은 ‘야수와 존재’가 핵심 캐릭터다. 환상하면 사람들은 으레 기이한 생명체, 또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존재들을 떠올린다. 인어, 요정, 유니콘 등 그리고 반인반수 생명체에까지 다양하다.

예술가들은 다양한 모티브를 매개로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세계를 표현해왔다. 베노초 고촐리 작 ‘동방박사의 여행 연작 중 환상적인 풍경 부분’. <미술문화 제공>
이반 발리빈의 1905년 작 ‘시린 낙원의 새’는 가슴 위로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지만 아래로는 새의 몸통이다. 두 팔은 기다란 날개로 이루어진데 반해 두 발은 조류의 발이 달려 있다.

르네 마그리트가 1957년에 그린 ‘마법에 걸린 왕국’은 환상적인 이미지를 대변한다. 말의 머리, 아름다운 여인의 눈, 짐승의 코, 그리고 왕궁이 뒤섞인 그림은 동화에나 나올 법한 생명체를 표현했다.

두 번째 방 ‘지식의 탐구’에서는 꿈, 마법, 미스터리, 걸작들에 투영된 환상들이 중요 소재다. 존 앤스터 피츠제럴드의 ‘꿈에 나오는 것들’(1858)은 불길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분위기 속에서 잠들어 있는 한 여인을 초점화했다. “그의 작품은 환각을 보는 듯해서 마치 약을 먹고 꾸는 꿈의 환상이” 펼쳐지는 듯한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프레더릭 샌디스 등은 마녀들의 마법을, 상징주의 주술사 오딜롱 르동은 관능적인 특징을 화폭에 담았다.

마지막 세 번째 방 ‘신비로운 세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미지의 공간이 대상이다. 찰스 로빈슨의 ‘무지개 공장’(1926)을 비롯해 베노초 고촐리의 ‘동방박사의 여행 연작 중 환상적인 풍경 부분’(1460년경), 리처드 대드의 ‘요정 벌목꾼의 훌륭한 솜씨’(1855-64) 등에는 현실을 초월한 신비의 세계가 깃들어 있다.

한편 저자는 “환상은 단순히 일상 생활이 고단함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니다. 환상은 우리 모두에게 잠재하는 희망과 경이로움을 드러내는 저항할 수 없는 충동이다. 따라서 현실의 영웅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꿈과 상상을 통해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미술문화·3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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