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학교폭력, 톡! 톡! 댄싱톡!’ - 정희자 광주교대 체육교육과 교수
2024년 02월 15일(목) 00:00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필자도 긴 시리즈를 밤을 꼬박 지새우며 시청했었다. 아마 주변의 많은 시청자들이 같은 아픔, 같은 분노로 시청했을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학교폭력은 단순한 따돌림부터 가스라이팅, SNS를 통한 언어폭력 그리고 집단폭행에 이르기까지 더욱 다양해지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교육부의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피해 학생의 비율이 초등 3.9%, 중등 1.3%, 고등 0.4%라고 발표했다. 그중 학교폭력 형태 중 언어폭력이 37.1%로, 학교폭력의 대부분은 언어폭력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따뜻한 언어 표현은 듣는 이뿐만 아니라 표현하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언어 사용보다 또래에게 칼날 같은 언어로 마음에 상처를 가하기도 하고, 단톡방을 만들어 한 아이를 타깃으로 집중적으로 비방하기도 한다. SNS를 통한 집단적 학교폭력이 초등학생들 사이에 가장 비율이 높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폭력 가해 응답률을 살펴보면 2023년 초등학교 2.2%, 중학교 0.6%, 고등학교 0.1%로 2022년 1차 조사 대비 초등학교에서 0.9%포인트, 중학교에서 0.3%포인트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도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더욱 더 우려스럽다.

어쩌다 아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었을까? 어쩌다 아이들은 괴로워하는 학생을 둘러싸고 가해 학생을 말리기는커녕 웃으며 촬영할 수 있었을까. 어쩌다 아이들은 친구가 고통스러워하고 심지어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보면서도 방관자가 되었을까? 안타까운 현실은 가해자 학생의 가해 이유 답변으로 44.5%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라는 통계자료(2022년 교육부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더욱 마음이 착잡하다.

최근 만난 한 지인은 자녀가 평소와 달리 짜증이 늘고 혼자 방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에 가지 않는 날들이 늘고,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안 후 부모로서의 죄책감, 고통당한 자녀의 모습으로 인해 온 세상이 암흑 같은 날들로 보낸다고 한다. 이렇게 학교폭력은 단순히 학교폭력으로 그치지 않고 가정까지 파괴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아픈 일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며, 가해자들의 수단과 폭력성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보이스피싱의 방법이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해지고 진화하듯이 말이다.

그래도 예방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중단할 수 없다. 다행히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가해 학생들이 선생님과의 면담 후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후에 자신의 행동이 나쁜 것임을 절실히 인식하고 가해를 중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노력으로 예방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필자는 이런 문제를 만날 때마다 감성교육의 중요성에 무게를 싣게 된다. 어려서부터 예술교육을 접하고 표현함으로써 자기표현, 소통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감성교육이야말로 희망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성을 자극하는 ‘우리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공연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교육 공연을 통해 학생들은 때론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때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방관자의 자리에 서기도 하며,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하는 상황을 대면하게 된다. 공연 후 토론을 통해 만나는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더러는 자신의 무심했던 행동들을 반성한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모두가 학교폭력 근절 선서식도 한다. 필자가 교육현장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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