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팬데믹 - 송기동 예향부장
2024년 02월 06일(화) 00:00 가가
곰팡이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한다. 며칠 동안 상온에 방치한 빵이나 다습한 욕실 세면대, 소홀하게 관리한 카메라 렌즈 등에도 어김없이 곰팡이가 핀다.
“둘이 같은 냄새가 나.”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냄새는 주요한 키워드이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밴 반지하방에서 생활하는 기택 가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영화는 하류층과 상류층의 경계를 냄새로 나눠 극과 극의 삶을 사는 두 가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신간 ‘곰팡이, 가장 작고 은밀한 파괴자들’ 저자인 독성학자 에밀리 모노선은 “곰팡이는 사회문제다. 곰팡이는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세기 유럽을 휩쓴 ‘감자역병’과 바나나 그로 미셸 품종에 치명타를 입힌 ‘파나마병’이다. ‘감자역병’은 난균류(卵菌類)가, ‘파나마병’은 레이스-1이라는 곰팡이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생산력을 앞세워 단일품종만을 재배했기 때문이었다. ‘개체군내의 유전적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가 재배하는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대하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다양한 맛을 지닌 여러 변종의 밀·채소·바나나를 재배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 곰팡이 병원체의 출현을 가능케 했다고 진단한다. 곰팡이가 일으킨 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곰팡이 팬데믹’ 또한 언제든 직면할 수 있다. 곰팡이 역시 진화하고 있다. 곰팡이는 인간의 체온에서 살 수 없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라 ‘칸디다 아우리스’(‘귀 곰팡이’라는 의미)처럼 귓속에서 생존하는 신종 곰팡이 병원체가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곰팡이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발효식품이나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를 제공하지만 바나나·소나무·박쥐·개구리 등 특정 생명체를 절멸시키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접하는 곰팡이가 인류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결국 전 세계적인 새로운 곰팡이 병원체 출현 여부는 ‘지구별’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에 달려있다.
/song@kwangju.co.kr
“둘이 같은 냄새가 나.”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냄새는 주요한 키워드이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밴 반지하방에서 생활하는 기택 가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영화는 하류층과 상류층의 경계를 냄새로 나눠 극과 극의 삶을 사는 두 가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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