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철도에 거는 기대 - 김석웅 광주시 교통국장
2024년 02월 04일(일) 22:00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이 지난 1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은 달빛철도의 신속한 건설에 필요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국가의 행·재정적 지원 내용을 담고 있어 조기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달빛철도는 광주송정역에서 서대구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198.8㎞의 철도로, 광주와 대구는 물론 전남 담양, 전북 순창·남원·장수, 경남 함양·거창·합천, 경북 고령 등 6개 시·도, 11개 시·군·구를 경유하게 된다.

광주에서 대구까지 평균 소요시간은 86분으로 설계속도 시속 250㎞를 감안했을 때 경유역을 최소화한 급행열차를 운행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1시간 이내 도달도 가능하다.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은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100여년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광주와 담양을 잇는 전남선이 건설된 이후 담양에서 대구 방향으로 연결하자는 ‘구남철도부설운동’이 일어났고, 1970년대에도 일부 논의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광주~대구간 철도 연결이 본격화 된 것은 1999년 국가 교통분야 최상위 계획인 제1차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00~2019)에 반영되면서다. 하지만 2006년부터 추진된 세 차례의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으나, 이후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국토부가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을 했으나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기준치(1.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0.483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 신청 자체를 하지 못했다. 이에 광주시와 대구시는 예타 면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수차례의 도전 끝에 국토위와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광주시와 대구시가 포기하지 않은 배경에는 달빛철도는 단순히 영호남을 연결하는 물리적 의미를 넘어 철도사적으로나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첫째, 우리나라 국가철도망은 경부축을 필두로 남북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서축보다는 수도권과 연계돼 수요가 많고 가시적 경제성이 크게 나타나는 남북축을 중시한 기존 정책 때문이다. 동서축의 교통 인프라 부족은 결국 동서간 통행을 제한했고, 개발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달빛철도는 철도 140년사에 있어서 비수도권 도시들을 동서방향으로 연결하는 최초의 간선철도라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둘째, 달빛철도 건설은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가 ‘정치경제론’에서 밝혔던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른바 세이의 법칙(Say’s Law) 적용이 가능한 대표 시설이다. 2015년 4월 개통한 호남고속철도 역시 기본계획 수립 당시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 했으나, 현재 이용객이 3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해 이제는 늘어나는 이용객들을 감당할 수 없어 2배 규모로 송정역사 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신산업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공항, 철도 등 고속교통 인프라는 필수다. 일본 나가노시와 가나자와시를 동서축으로 잇는 호쿠리쿠신칸센이 2015년 개통되면서 지역발전을 크게 견인했다는 소식은 익히 알려져 있다. 달빛철도사업이 순조롭게 진척돼 새로운 국토 균형발전을 견인하고 신남부 광역경제권 구축이라는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광주시와 대구시는 내륙을 대표하는 2개의 거점도시이지만 현재 인구감소 발생, 지역경제 성장 한계점에 봉착해 있다. 이외에도 사회적·경제적으로 많은 유사성을 지녔다. 사회·경제적 유사성은 협력의 필요성을,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차별성은 양 지역이 손을 맞잡을 때 보다 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 물리적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었던 광주와 대구는 이번 내륙철도를 계기로 더욱 가까워 질 것이라 확신한다. 달빛철도가 개통된 2030년에는 광주시민이 뮤지컬을 보기 위해 서울이 아닌 대구를 방문하고, 대구시민은 호남지역의 음식을 맛보거나 현재 조성중인 복합쇼핑몰에 쇼핑을 하러 방문하게 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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