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 강현미 광주문화재단 예술상상본부장
2024년 02월 02일(금) 00:00
예술이 도시를 변화시킨다고 하면 흔히 화려하고 압도적인 풍경을 떠올리지만, 많은 이들의 내면 깊은 마음의 풍경을 변화시키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새로운 눈으로 나와 주위를 발견하고 더 나은 우리로 함께 성장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우리가 사는 도시는 더 성숙하고 예술적인 도시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평소 ‘사심 듬뿍 담긴 사업이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유독 애정이 가는 사업이 있다.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지난 2022년부터 공들여 진행해온 ‘창의예술교육랩지원사업’이다.

창의랩은 이미 짜여진 프로그램을 선정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성장 과정’을 지원한다. 많은 이들이 광주문화예술교육의 창의적 전환점을 찾던 시기였기에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 우리 지역에 필요했던 것을 마음껏 연구·실험하고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에 참여자도, 재단도 신나고 가슴 뛰었다.

2022년 ‘예술이 광주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주제 아래 예술가, 기획자, 교사, 디자이너, 농부, 건축가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워크숍을 가졌고 ‘사람 아닌 생명체들에게 광주는 어떤 도시일까’, ‘우리 각자에게 걸음은 어떤 의미일까’, ‘도시에 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기후위기에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등 예술가의 시선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랩들이 구성되었다.

‘다른 생명체의 시선으로 도시보기’팀은 가로수, 길고양이, 물고기, 새들의 눈으로 광주를 다시 살펴 보았고, 이 활동은 광주천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을 직접 그리고 소개한 ‘시시각각(市視各覺) 카드놀이 키트’로 발전했다. ‘요리와 이야기’팀은 도심 한복판에 논을 만들고 모내기와 추수, 수확한 쌀로 함께 요리를 해 먹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마을이나 생태공동체 프로그램으로의 확대 가능성을 찾았다. ‘시민걸음 탐구생활’팀은 예술치유의 관점에서 걷는다는 행위가 갖는 의미를 깊게 탐구했다. 광주 곳곳을 자신의 리듬대로 걸은 흐름을 선과 그림, 영상으로 제작해 선보인 아카이브 전시에 이어 사회적 약자나 감수성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걷기 프로그램 워크숍도 기획했다.

생태, 농사와 요리, 걷기 등과 관련한 다채로운 예술실험이 기존의 틀을 깨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설레고 흥미로웠다. 악기나 그림, 공연·전시를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을 떠나 ‘다른’ 시선과 감각으로 새로운 나를 자각하고 표현하는 상호작용 자체가 훌륭한 문화예술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시간들이었다.

2023년에는 다섯 개 랩 30여 명이 그동안의 예술실험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완성시키는 심화 작업을 진행했고 오는 6일 빛고을아트스페이스에서 그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장소이동형 기후행동놀이, 걸음탐구 문화예술교육, 도시 생명체 카드 툴킷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콘텐츠 교안·교구 결과물들을 소개한다.

성과공유회에 앞서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치유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주제로 한 포럼도 함께 열린다. ‘시민걸음 탐구생활’팀이 월계초등학교 어린이 연구자 다섯 명과 10일 간에 걸쳐 진행한 첨단 아미둘레길 걷기 실험 워크숍 사례는 희망과 기대감을 준다. 걸으면서 자신에게 편안한 움직임과 동선을 인식하고, 다른 친구의 걸음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활동,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타인과의 조화를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눈에 띄게 안정감을 찾은 어린이 연구원의 변화가 감동적이다. 걷기가 단순한 신체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 감각을 인지하고 보다 긍정적인 정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적의 발걸음’이자 ‘걷기 예술’임을 공유하는 전시도 오는 7일까지 함께 진행된다.

창의랩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학교에서, 마을에서,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에서 환영받고 많은 기획자, 콘텐츠 기업, 기관에게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더 좋은 도시를 상상하고, 예술의 쓸모와 사회적 힘을 확인하고 싶은 많은 분들이 성과공유회에 함께 해주시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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