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리스크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01월 30일(화) 00:00 가가
“3선, 4선 의원도 알고 있고 용산 대통령실도 알고 있고, 전직 장관도 알고 있는데 ‘여섯 글자’를 지금 말 못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SBS 김태현의 정치쇼) 발언 내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중 처음으로 ‘김건희 리스크’라는 여섯 글자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대통령실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 데 따른 후속 조치를 묻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모두 알고 있다. 말을 못할 뿐”이라고 했다.
야당과 언론, 여론조사 등에서 많이 언급된 것과 달리,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섯 글자’(김건희 리스크)는 ‘금기어’였다. 감히 입에 올리는 것도 죄송스러운지,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SNS(페이스북)에 “‘000특검법’, 법 이름부터 악법”이라고 했고 ‘도이치 특검’이라며 이름 지우기도 시도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도이치 특검법’이라고 했고 윤재옥 원내대표도 ‘김건희 특검법’을 “개인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한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 페르시아 황제들은 패전 소식을 전하러 온 자신의 군대 전령의 목을 베었다고 전해진다. 나쁜 소식이 듣기 싫다고 ‘메신저’까지 죽이는 것이다. 여기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가 ‘페르시안 메신저 증후군’(Persian Messenger Syndrome)이다. 나쁜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 계속 죽는데 누가 전쟁터에서 황제가 듣기 싫어하는 패전 소식을 전하러 뛰어가겠나. 결국, 나중엔 누구도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으려고 한다. 엑스포 유치전에서 ‘119대 29’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기 전까지 “49대 51”까지 추격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가 하면,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대통령기록물’이라는 황당한 궤변으로 방어막을 치는 여당과 정부 행태를 보면 괜히 드는 생각은 아닌 듯 싶다.
대통령 새해 기자회견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불편한 질문들을 듣기 싫어서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불편한 질문을 틀어막는다고 민심이 수그러들진 않는다.
/dok2000@kwangju.co.kr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SBS 김태현의 정치쇼) 발언 내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중 처음으로 ‘김건희 리스크’라는 여섯 글자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대통령실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 데 따른 후속 조치를 묻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모두 알고 있다. 말을 못할 뿐”이라고 했다.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