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안동고분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01월 29일(월) 00:00 가가
최근 순천대학교 박물관(조사단장 최인선 교수)의 고흥 봉림고분군 4호분 발굴 결과가 흥미롭다.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4호분은 형태가 방패 모양이어서 눈길을 끈다. 주로 원형 또는 방형(사각형)인 삼국시대 고분과 다른 형식으로 다양한 국제적 속성을 갖고 있는 고분으로 평가된다. 최인선 교수는 “봉림고분군은 백제의 영향력이 미쳤던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구조적으로 마한·가야·왜계 등의 고분 속성이 보인다”고 설명한다. 고흥반도는 마한·가야·왜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교역로여서 다양한 문화가 섞인 고분과 유물이 발굴되곤 하는데 2006년 발굴된 안동고분과 2012년에 발굴된 야막고분 등 역사·고고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끄는 유적들이 많다.
안동고분은 전남대학교 박물관(조사단장 임영진 교수)에서 발굴해 고흥을 일약 동북아 고대사 논의의 중심지로 끌어올린 고분이다. 특히 금동관과 금동신발은 1917년 나주 신촌리 9호분 이후 전남지역에서 90년만에 함께 발굴된 유물이었다. 최병현 당시 한국고고학회장은 “금동관과 금동신발, 청동거울, 철제갑옷 등 지배자를 상징하는 최고 위세품(威勢品)이 한 고분에서 세트를 이뤄 나온 것은 1971년 백제 무령왕릉 이후 처음”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직접 발굴현장을 방문하고 출토유물의 보존처리를 지원하기도 했다. 야막고분은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조사단장 김용민)에서 발굴했는데 철제갑옷과 무기, 동경, 옥 등이 발굴돼 고흥의 위상을 재입증했다.
안동고분은 발굴 당시 사적 지정이 거론될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으나 아직까지 전면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 고대사에서 전남지역은 물론 고흥의 위상을 대표하는 고분이 사장돼 있는 셈이다. 고흥군이 최근 활발하게 고분군 발굴·정비에 나서고 있어 반갑다. 새로운 발굴도 중요하지만 발굴된 유적과 유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위상을 자리매김하는 작업도 소중하다. 안동고분을 비롯한 고흥지역 고분들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사적 지정 등 보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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