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동선 ‘모든 이를 위하여’
2024년 01월 28일(일) 19:50
교황청 수교 60주년 특별전…7월27일까지 광주가톨릭박물관
교황청 문서·유물·자료 등 전시…전시 연계 교육·강연·체험도

천주교 광주대교구 주최로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오는 7월 27일까지 광주가톨릭박물관에서 열린다.

“저희들도 성교회의 전교 사례에 대해 들었는데, 거기에 따르면 교우가 천 명이 넘으면 신부님을 한 분 보내주시고 만 명이 넘는 곳에는 주교님을 보내주신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천주님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만 명도 넘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착한 목자의 지도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이렇게 예수님의 인자하신 마음과 교황님의 공덕에 의지하여 간절히 청하오니, 하루빨리 신부님을 보내주시어 저희 교우들의 영혼을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위 글은 1811년(신미년) 10월 24일 조선 천주교 신자들이 교황 비오 7세에게 보낸 편지 일부다. 1801년 벌어졌던 신유박해 이후 조선의 천주교 신자들이 조선에 사제를 보내주기를 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편지는 북경으로 접수된 후 마카오에 있던 북경 주교에게 보내졌으며 포르투갈어로 번역돼 교황청으로 발송됐다. 편지는 조선대목구 설정에 큰 도움이 됐던 귀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와 교황청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이 열려 화제다.

광주가톨릭박물관(관장 김영권)은 오는 7월 27일까지 특별전 ‘모든 이를 위하여’를 연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광주인권평화재단, 천주교광주대교구 경제인회가 후원한다. 이에 앞서 전시는 2023년 하반기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된 바 있다.

전시 자료는 한국천주교 역사는 물론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도움을 준 교황청, 지난 1984년 성 바오로 2세 교황의 광주 방문 등 다채로운 장면과 기록 등이 망라돼 있다.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전시 주제가 말해주듯 이번 특별전 의미는 깊다. 김영권 관장은 “우리나라와 교황청 수교 60돌을 맞아 그 관계의 역사를 살펴보는 데 일차적인 의미가 있다”며 “주제가 암시하듯 모든 이를 위해 지향해야 할 공동선에 대해 한번쯤 깊게 숙고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교황청 문서들을 발굴해 시민들에게 선보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유물과 자료는 교황청 외에도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을 비롯해 한국교회사연구소, 메리놀외방전교회 및 평양교구 사무국, 운석장면기념사업회 등에서 협조를 받았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811년 천주교 조선 신자들이 교황 비오 7세에게 보낸 편지.
1부 ‘교황청의 세계’는 교황청에 대해 설명하는 자료들이 주를 이룬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교황청을 상징하는 조형물(로고)과 만난다. 교황청 면적을 비롯해 거주하는 사람들의 구성 등 궁금한 내용들이 기록돼 있다.

2부 ‘편지로 잇다: 조선과 교황청’은 편지로 시작된 한국천주교회와 교황청의 만남, 1831년 교황청의 조선대목구 설정 등 조선이 교회 일원으로 수용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1835년 천주교 조선 신자들이 교황 그레고리오 16세에게 보낸 편지도 전시돼 있다. 신자들이 교황청에 보낸 세 번째 편지는 조선에 성직자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기뻐하는 신자들의 감회 등을 담고 있다.

3부에서는 어두운 역사 시간 속에서도 끊임없이 관계를 이어왔던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끊임없이 소통하다: 일제강점기 한국과 교황청’은 교황청과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1984년 교황 바오로 2세가 광주민주화항쟁의 아픔이 깃든 광주를 방문할 당시 모습.
광주의 아픔을 보듬으려 했던 교황청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전시 공간도 있다. 4부 ‘해방 이후 대한민국과 교황청, 그리고 광주’는 이번 특별전에서 시민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이다.

교황 바오로 2세의 84년 5월 4일 금남로 방문, 무등경기장 화해의 미사, 대건신학대학(현 광주가톨릭대학교) 학생들과의 만남, 소록도 방문 등의 기록과 사진 등이 소개돼 있다.

“여러분 마음과 영혼에 아픔을 주는 깊은 상처, 단순히 인간적으로 말한다면 특히 광주 출신 여러분의 경우, 극복하기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세례에 있어 여러분에게 화해의 은혜가 내려진 것입니다.(…) 세례에서 한, 서약의 귀결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불화와 증오 한가운데에서 화해와 평화의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 ‘화해의 미사’ 강론 중)

이나원 학예실장은 “전시 외에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행사 메시지를 숙고해볼 수 있다”며 “전시와 연계한 교육, 강연 등도 마련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7일 오후 2시 광주가톨릭박물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옥현진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을 비롯해 김희중 전 대교구장 등 신부와 신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