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설치 인·허가를 내주겠다’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전 고흥군청 간부 공무원과 건설업자가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혜선)는 2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고흥군청 공무원 A(67)씨와 건설업자 B(7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원심에서 이들에게 선고한 각각 징역 7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보석도 취소했다.

이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같이 재판을 받은 C(68)씨에게는 1심의 징역 2년 6월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1억 2000만원과 추징금 1억 1000여만원을 부과했고, B씨에게는 1200만원을 추징했다.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화장시설을 허가해줄 것처럼 속여 C씨로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총 2억 1630만원을 주고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화장장 사업자 C씨에게 A씨를 소개하면서 “군수의 오른팔이다. 그를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며 금품을 요구하고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퇴직 후에도 C씨에게 “화장장 설치 허가를 위해 돈이 좀 필요하다”며 수차례 사례금과 경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C씨가 ‘이들에게 뇌물을 건낼 때마다 기록했다’며 제출한 수첩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첩 메모 내용이 자연스럽지 않고 일부 내용에서 수수관계가 다른 점, 수첩을 수사기관에 미리 제출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면서 “피고인이 수첩에 다양한 필기구를 사용해 메모을 남겼으나 필기구 종류가 다양할수록 신뢰가 높아진다는 인식을 가지고 사후에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