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700만 시대, 돌파구는 소상공인 - 윤현석 컬쳐네트워크 대표
2024년 01월 24일(수) 00:00
코로나19에 한숨짓고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눈물짓는 소상공인의 삶은 나아질 기미 없이 더욱 힘들기만 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광주지역 내 전체 사업체에서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이고 전체 자영업자 수는 30만 명에 달한다.

우리는 소상공인을 지역경제의 실핏줄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우리는 소상공인은 도소매, 외식업, 개인서비스, 운수업 등 단순 업종으로 인식하고 분류했지 지역 생태계의 중요한 축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소상공인이 단순 사업자만이 아닌 지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소상공인은 역할별로 ▲동네에 뿌리내려 시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 서비스를 공급하고 사회적 자본을 제공하는 소규모 사업자인 ‘필수형 소상공인’ ▲지역자원이나 나다움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브랜드로 인식되는 ‘크리에이터형 소상공인’ ▲동네 거점 기업으로 거점 공간, 랜드마크, 유동 인구, 정체성 등 상권 공공재를 제공하는 ‘앵커 스토어’ ▲지역에 뿌리를 내려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확장하는 ‘상장형 소상공인’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소상공인을 이처럼 역할로 분류하면 지역의 소상공인 정책도, 역할도 달라야 한다. 하지만 우리 소상공인 정책은 어떠한가? 우리는 소상공인의 필수 서비스 공급, 로컬 콘텐츠생산, 상권 안정·활성화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소상공인을 금융 지원이 필요한 생계형 소상공인으로 취급해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운 소상공인 정책을 뒤로한 채 지역 소상공인의 미래를 살펴보면 골목상권 중심의 로컬 브랜드 구축이 답이다. 로컬 브랜드는 로컬로 차별화하고 지역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독립기업이다. 로컬 브랜드 상권은 말 그대로 매력적인 상업·서비스 콘텐츠로 차별화해 소비자가 브랜드로 인식하는 상권이다.

로컬 브랜드 상권을 지역산업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육성하려면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과 로컬 브랜딩을 통해 특정 유형의 로컬 브랜드의 집적을 지원하고 유도해야 한다. 예컨대 강릉 테라로사, 대전 성심당, 춘천 감자빵 등이다.

로컬 브랜드 수요에 부응해 서울시는 2022년 처음으로 골목상권과 로컬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골목상권을 로컬 브랜드 촉진지구, 로컬 브랜드 강화 지구, 생활상권 육성지구, 전통시장 보전지구로 나눠 지역의 특색에 맞게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소상공인 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작은 도시화와 소상공인 플랫폼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상권과 소상공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왔다. 그동안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취약계층으로 보호했다면 이제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때이다.

광주시는 가장 선도적인 상권 디자인과 혁신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1913송정역시장, 양림 근대역사문화마을, 동명동 커피거리, 첨단지구 시너지타운, 남구 백운광장 스트리트 푸드존 등 타 지역이 벤치마킹하는 상권 혁신 사업을 선도했다.

복합쇼핑몰 조성 이슈와 함께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에 대한 고민이 많은 이때, 광주는 로컬 브랜드가 강한 도시이자 로컬 크리에이터 상권 중심의 창조도시로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창조도시의 로컬 브랜드 상권은 새로운 경험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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