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의 원칙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01월 24일(수) 00:00
예로부터 땅(토지)을 어떻게 분배하느냐는 항상 논쟁거리였다. 농경 중심 사회라는 특수성이 있겠지만, 땅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서로 반목하고 갈등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도 땅을 분배하는 문제로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논쟁은 국왕이 있는 한양에서보다는 지방에서, 전통 유학보다는 백성의 실제 삶과 관련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인 실학에서 주로 다뤄졌다.

모든 토지를 하늘에 속한 것으로 보았고 왕조는 이를 백성들에게 하늘의 뜻을 받들어 용도에 맞게 경작권을 허용하는 ‘과전법(科田法)’과 달리 실학자들이 주장한 토지제도 개혁의 큰 줄기는 세 가닥이다. 성호(星湖) 이익(李瀷)이 제기한 소농의 폐단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한 가구에 1500평 정도의 농지를 항구적으로 경작할 권리를 부여하자는 ‘한전제(限田制)’와 반계(磻溪) 유형원(柳馨遠)의 토지를 완전 국유화해 농민들에게 국가가 할당한 토지를 경작하게 하는 ‘공전제(公田制)’,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주창한 여(閭)라는 40~50 정도의 가구를 한 단위로 묶어 이들에게 토지를 공동 경작, 공동 분배하게 하자는 ‘여전제(閭田制)’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비현실적이고 급진적이라 할지라도(실제로 정약용은 여전제를 대신해 사방의 토지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아홉 등분해 공전과 사전으로 구분하는 정전제로 전환), 그 저변에는 양반 관료와 지역 토호의 토지 수탈로부터 농민을 보호하고 농민의 경작권을 보호하려 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야가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을 놓고 공전(公轉)을 하고 있다. 여야 모두 현행 비례대표제가 야기한 위성정당의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정파적 이해와 여론의 반발 등을 고려해 섣불리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총선 ‘게임의 룰’을 결정하는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은 우리 정치사의 중요 의제인 만큼 개혁의 차원에서 신중한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야 한다. 나아가 실학자처럼 그 중심에 국민인 유권자를 두어야 함을 명심해야겠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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