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취하 회유, 강압적 질문, 영장 없는 압수, 2년여 사건 방치….’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지만 미흡한 수사력, 내로남불식 수사관행, 강압적 태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수사기밀을 유출해 법정에 서기도 하고, 인사청탁용 금품을 건넨 혐의로 경찰관들이 잇따라 검찰에 구속되는 등 스스로 신뢰를 실추하는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광주지방변호사회(변호사회)가 18일 공개한 ‘2023년도 사법경찰평가결과’에 따르면 광주변호사회 609명의 변호사중 144명의 평가를 받은 광주·전남 사법경찰관 653명(평가 건수 1038건)의 평균 점수는 76.57점(10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청렴 및 공정, 친절 및 적법절차 준수, 직무능력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했으며 광주 지역 경찰은 400여명 전남지역 경찰은 250여명이 평가 대상이었다. 이번 점수는 지난해 법관평가의 평균 점수(83.64점)보다 7.07점 낮다.

이번 평가는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힘이 세진’ 경찰을 변호인 조력 과정에서 수시로 접촉하는 변호사들이 ‘평가’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변호사회 회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사법경찰을 평가한 것은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고 평가결과를 발표한 것은 전국에서 최초다.

변호사회가 제시한 부적절한 수사 행태는 다양했다.

구체적으로는 ‘원래 피의자는 구속감인데 자신이 잘 봐주고 있음에도 피의자 변호사나 가족이 얼굴 한번 비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고소 사실 일부를 취하할 것을 회유하거나,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등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사관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사례도 제시됐다.

조사 도중 일어서서 소리 치며 피의자를 압박하는 한편, 시종일관 반말과 욕설을 섞어가며 조사를 진행하는 수사관도 있었다.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영장도 없이 막무가내로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를 수집하는 상식밖 행태도 보였다.

변호인의 입회하에 정당하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는데도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수사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겁박한 사례도 있다.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 대해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사관이 합의금 액수까지 정해 피해자와 변호인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수사관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검사가 보완 수사를 요구했는데 1년 8개월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고소장을 접수한 지 1년이 지나도록 피의자 신문이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은 직무유기 사례도 많았다.

법률지식이 부족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친족상도례의 적용 범위를 제대로 알지 못해 고소인에게 소 철회를 강요하고 범죄 구성요건에 대한 법률지식 자체가 부족한 수사관도 있었다.

광주시변호사회 관계자는 “평가는 하위 경찰관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경찰 수사와 관련한 업무 능력을 전체적으로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에서 공정하고 적법절차에 따른 수사가 이뤄지도록 모범적 사례를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방변호사회는 우수 사법경찰관으로 남건중 광주경찰청 여성대상 범죄특별수사팀 수사관·홍길성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관· 황치연 광주북부경찰서 수사1과 경제5팀 수사관을 선정했다. 경찰관서로는 광주동부경찰서(84.24점)와 무안경찰서(95.08점)로 우수 평가를 받았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