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킨의 고고학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01월 14일(일) 21:00 가가
닭은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유전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닭은 동남아 일대에 서식하는 붉은 벼슬에 갈색과 검은색 깃털을 가진 적색야계(赤色野鷄)에서 기원했다.
한반도에 언제부터 닭이 등장하고 사육됐는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다만 광주 신창동 유적, 해남 군곡리 패총, 경북 경산 임당 유적, 경남 사천 늑도 패총 등지에서 닭 뼈가 출토돼 철기시대부터 닭이 존재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반도에서 닭은 위신재(威信財, 신분이나 권위를 드러내는 물품)나 식용 등으로 활용됐다. 도입 초기에는 적색야계가 서식하지 않는 한반도에서 닭은 위신재나 관상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려한 모습을 가진 진귀한 동물로 아무나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닭이 위신재로 쓰인 사실은 경남 늑도 패총에서 함께 발굴된 짧은 꼬리 원숭이 하악골로 미뤄 알 수 있다. 닭과 마찬가지로 이 원숭이는 한반도에서 서식하지 않는 외래종이다. 일본 열도에서 산다고 알려져 있다.
닭은 철기, 삼국시대 유적에서 발굴되는 뼈로 미뤄 희생제의와 식용으로 쓰인 듯 하다. 흥미롭게도 꿩의 뼈가 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늑도 패총 유적의 경우 98%가 꿩이고 닭의 비율은 2%대다. 이후 해남 군곡리 패총에서는 닭의 비율이 20%대까지 올라간다. 연구자들은 꿩이 야생종인 탓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점차 닭이 꿩을 대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꿩대신 닭’의 기원인 셈이다. 꿩은 포란 시기가 5월 초부터 7월 중순으로 제한적이고 닭은 항시 알을 낳고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장점이 고려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베이징, 호찌민, 뉴욕 등 해외 주요 18개 도시에 거주 중인 현지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1년간 자주 먹은 한식 1순위는 한국식 치킨, 가장 선호하는 한식은 한국식 치킨이었다. 외래종으로 한반도에 들어온 닭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푸드로 변신한 셈이다. 아직 초기단계인 동물유전학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닭을 알고 먹을 수 있는 날이 앞당겨졌으면 한다.
/penfoot@kwangju.co.kr
한반도에 언제부터 닭이 등장하고 사육됐는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다만 광주 신창동 유적, 해남 군곡리 패총, 경북 경산 임당 유적, 경남 사천 늑도 패총 등지에서 닭 뼈가 출토돼 철기시대부터 닭이 존재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