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곰국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01월 10일(수) 00:00 가가
소의 네 다리뼈(사골·四骨)를 장시간 우려낸 국물인 사골 국(육수)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뼈 곰국’에 대한 사랑은 유별난 것 같다. 곰국이 개별로 상품화돼 팔리고 있고, 찌개와 탕 심지어는 떡국까지 모든 요리의 기본 육수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뼈 곰국은 수천 년 전(석기시대)부터 전 세계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인간이 불을 사용해 요리했을 때부터 만들어진 음식으로 보인다. 고기를 다 먹은 다음 뼈 골수를 빨아먹다가 급기야 고아 먹었던 것이 시작인 듯 싶다.
고대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관절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뼈 곰국을 처방한 기록이 있다. 또 16세기 영국의 문헌에는 오늘날 우리가 먹은 일반적인 방식의 뼈 곰국 요리법이 담겨 있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 이후 뼈 곰국을 ‘소고기 차’라고 부르며 즐겨 먹었다고 한다.
식당의 기원을 뼈 국물에서 찾는 견해가 있을 정도다. ‘미국의 주방’이라는 요리 역사책을 쓴 미국의 역사학자 리비 오코널에 따르면 중세 시대 유럽에서는 뼈 곰국을 ‘레스타우러(Restaurer)’라고 불렀다.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음식’이라는 뜻인데 레스타우러는 나중에 ‘식당’을 뜻하는 ‘레스토랑’이라는 단어로 변한다. 식당의 어원이 뼈 곰국이라는 것이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지고 환경오염에 따른 곰국의 유해 논란이 일면서 주춤해졌지만 뼈 곰국의 인기는 여전하다. 뼈 곰국의 매력은 뼈를 끓일 때 나오는 영양소인 인체 단백질 ‘콜라겐’에 있겠지만, 장시간 고면서 배어난 진한 국물의 기분 좋은 풍미를 빼놓을 순 없다.
그런데 요즘 뼈를 곤 진한 국물을 빗댄 ‘찐 팬’이나 ‘골수팬’ 혹은 ‘~빠’라는 표현이 왜곡돼 사용되는 것을 보면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정치계와 유튜브 등 일부 언론이 성향별·세대별·계층별 반목과 이전투구를 부추길 때가 그렇다. 사골 육수의 진하고 고소한 맛도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변할 수 있듯 진정한 믿음(신념)도 편향과 맹신의 ‘조미료’가 더해지면 자칫 사람들이 멀리하는 ‘분노 유발자’나 ‘악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bigkim@kwangju.co.kr
고대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관절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뼈 곰국을 처방한 기록이 있다. 또 16세기 영국의 문헌에는 오늘날 우리가 먹은 일반적인 방식의 뼈 곰국 요리법이 담겨 있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 이후 뼈 곰국을 ‘소고기 차’라고 부르며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뼈를 곤 진한 국물을 빗댄 ‘찐 팬’이나 ‘골수팬’ 혹은 ‘~빠’라는 표현이 왜곡돼 사용되는 것을 보면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정치계와 유튜브 등 일부 언론이 성향별·세대별·계층별 반목과 이전투구를 부추길 때가 그렇다. 사골 육수의 진하고 고소한 맛도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변할 수 있듯 진정한 믿음(신념)도 편향과 맹신의 ‘조미료’가 더해지면 자칫 사람들이 멀리하는 ‘분노 유발자’나 ‘악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