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2024년 01월 07일(일) 23:00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도 한 주가 흘렀다. 올해는 육십 간지의 41번째인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다. 십이지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 바로 용이다. 예로부터 용은 물, 생명을 관장하는 신성한 영물로 인식돼왔다.

우리나라 왕조에서도 용은 왕 또는 왕권을 상징했다. 광개토왕릉비에는 동명성왕이 황룡을 타고 하늘로 날아갔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다. 신라의 문무왕은 자신이 죽으면 동해의 용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에 따라 경주 대왕암에 묻혔다.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노래한 ‘용비어천가’는 세종의 6대조 행적을 용을 빗대 칭송한 노래다.

용과 관련된 지명 가운데 전남이 약 25%를 차지한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전남도가 갑진년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남은 전국 1261곳 가운데 약 310곳이 해당했다. 특히 용 지명은 지세나 승천 설화 등과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다. 용 머리와 유사하다는 순천 주암면 용두마을과 광양 용머리공원, 뒷산의 형태가 용 꼬리와 흡사한 영암 금정면 용반마을, 용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이름으로 지은 담양 등용동은 그러한 사례다. 그뿐 아니라 전남도청이 자리한 오룡산 자락은 다섯 마리 용이 구슬을 다루고 있는 형국으로 알려져 있다.

용을 매개로 한 사자성어나 고사도 적지 않다. 시작은 좋으나 끝이 흐지부지한 ‘용두사미’(龍頭蛇尾), 힘차고 위풍당당한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용행호보’(龍行虎步), 마지막 갈무리를 잘 한다는 뜻의 화룡점정(畵龍點睛) 등은 곧잘 비유되는 말이다.

올해는 지역 대표인 선량을 뽑는 총선이 있는 해다. 입지자들은 저마다 자신을 ‘와룡봉추’(臥龍鳳雛)라 생각할 것이다. 즉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누운 용과 봉황의 새끼’로 자부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때가 되면 누군가는 큰 결실을 이루는 ‘비룡승운’(飛龍乘運)을 타겠지만, 어떤 이는 용을 그리려다 개를 그린 꼴인 ‘화룡유구’(畵龍類狗)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용이 되고자 하는 자는 먼저 유권자와 시민에게 스스로를 낮춰야 할 것이다.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skypark@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