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 괴물들’의 메시지
2024년 01월 04일(목) 12:00
레전드들의 승패 보다 진정성에 잔잔한 감동
‘계속 야구 하고 싶은 열정’ 시청자들도 공감
정년 퇴직자·실직자들에게도 용기와 희망 전달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팀이 지난달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왼쪽부터 정근우, 박용택, 김성근 감독, 이대호. /연합뉴스

‘최강야구의 괴물들’이 승률 7할의 사선을 넘어 마침내 2024시즌행 티켓을 획득했다.

은퇴한 야구선수들이 국내 독립리그·대학리그·고교야구팀들과 야구로 승부를 펼치는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시즌2의 ‘해피 앤딩’이다.

괴물이란 뜻의 ‘몬스터즈(MONSTERS)’를 팀명으로 한 레전드들이 패기 가득한 대학 올스타팀을 꺾고 목표 승률을 달성함으로써 불투명했던 다음 시즌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몬스터즈는 국가대표와 메이저리그 출신을 포함해 국내 프로무대에서 명성을 날렸던 정상급 선수들이 주를 이룬 TV에서만 존재하는 팀이다.

몬스터즈의 2023 시즌 최종 성적은 총 31경기 중 22승9패로 승률 7할1푼. 당초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승률 7할이 안되면 다음 시즌 없이 바로 프로그램 폐지’라는 제작진의 비정한 덫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일궈낸 기록이다. 과거 화려했던 스타들이지만 현역에서 물러나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뒤의 전체적인 피지컬로는 결코 쉽지 않은 기록이기도 하다.

그것도 선수층이 절대적으로 얇은데다 고교·대학·독립리그에서 상위권의 강팀들을 상대로 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몬스터즈의 22승에는 놀랍게도 콜드게임승과 팀 완봉승도 각각 다섯 차례씩이나 기록돼 있다.

이렇듯 은퇴한 노장들의 투혼은 방영 횟수가 거듭될수록 팬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마침내 팀의 사활이 불확실한 상태로 시즌 막판까지 이어지면서 그 관심은 절정에 달했다.

바로 지난 달 성탄절과 새해 첫날 두 차례에 걸쳐 방영된 대학올스타팀과의 경기.

1만6000여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 승부는 어떠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연출하기 어려운 극적인 장면들이 펼쳐졌다.

선제 투런포로 기선을 제압한 주장 박용택과 4타수4안타 1타점의 맹타를 기록한 정의윤의 쌍두마차가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투수 신재영은 칼날제구로 7이닝 8탈삼진·2실점, 이대은은 최고 구속 140km대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현역시절 못지않은 역투로 대학올스타의 추격을 뿌리쳤다.

또 수비와 주루플레이에서도 관중들의 감탄은 끊이질 않았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성 타구를 전력 질주해 넘어질 듯 잡아내는 정의윤의 집념, 1루선상으로 빠르게 뻗어가는 안타성 타구를 거구의 몸을 날려 잡아내고서 바로 앉은 채로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늘린 이대호의 순발력 그리고 상대 수비가 볼을 잡고 머뭇거리는 사이 재빨리 2루까지 진루해서 끝내 득점까지 연결한 정근우의 재치. 결코 실질적인 노력 없이 단지 의지로만 보여줄 수 없는 명장면들이었다.

이같이 막판 1승을 얻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시즌 한 경기 한 경기 마다 전력을 다하며 흘린 퇴역 노장들의 구슬땀은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단순히 보여주기가 아닌 진심으로 야구를 다시 하고 싶어 하는 열정이 그대로 시청자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정년 퇴직자 또는 실직자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착한 괴물’일지도 모른다.

몬스터즈 캡틴 박용택이 대학올스타팀과 경기 전 라커룸에서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이렇게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느끼는 시청자와 팬들이 너무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야구를 내년에도 무조건 다시 해야 한다”

경기 후에는 누군가 또 이렇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은퇴했어도 야구장에서 야구를 해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능 같은 다큐, 다큐 같은 예능’인 최강야구가 내년 시즌에도 그 감동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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