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과 무능력-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4년 01월 03일(수) 22:00
아마도 정부가 올해 무엇보다 시급히 추진해야 할 일은 혁신적인 인구 증가 대책일 것이다.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져 고착되면서 국가 미래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해 0.7명, 올해는 0.6명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결혼도, 아이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감당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 독신, 아이 없는 부부의 삶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CNN은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한국군의 새로운 적(敵)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는 우리나라 인구 급감 속도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 3분의1이 사라진 14세기 중세 유럽을 능가한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인구학 분야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2750년 한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아이 낳기를 꺼리는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상은 외국에서도 그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의 새로운 출산장려정책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져 책상머리에서 맴돌고 있다. 출산지원금, 부모급여 등을 더 올려주고, 일정한 소득 미만 신혼부부에게 최대 5억 원을 1%의 금리로 대출해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이런 정책으로는 급전직하하고 있는 출산율에 제동을 걸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거·양육·의료·입시 등 각 분야에서의 비정상적인 고비용 구조가 정부 정책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 공개·투기세력 근절 등을 통한 민간주택의 분양가 인하, 질 좋고 안정적인 공공주택의 공급, 공교육의 역할 강화 및 사교육 규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부유층 증세·불로소득 환수, 의료계·교육계 등의 기득권 철폐를 통한 비용 저감, 사회 전반의 과도한 경쟁 지양을 위한 수도권 내 기업·대학의 지방 분산 등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도 압축 경제성장을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을 희생하며 달려온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출산율 제고 역시 기대난망일 것이다. 지난 16년간 380조 원을 쏟아붓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정부의 헛발질과 무능력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개탄스럽다.

/chadol@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