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의 정치학 -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2024년 01월 03일(수) 00:00 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방문 도중 흉기로 습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치권과 국민들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유력 정치인들의 피습 사건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대부분 지역 방문이나 유세 등 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제4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10여 일 앞두고 발생한 ‘커터칼’ 피습 사건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신촌 유세장을 찾았다가 50대 남성으로부터 문구용 커터칼로 얼굴을 공격당했다. 박 전 대표는 병원에서 깨어난 뒤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며 선거 상황을 살펴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전 대표의 이런 대처는 한나라당에 열세였던 판세를 뒤집었다.
최근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위한 서울 신촌 지원 유세 중 70대 유튜버에게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했다. 송 전 대표는 응급 수술을 받고도 유세에 나서는 등 ‘붕대 투혼’을 펼쳤다. 하지만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서 선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흉기나 둔기처럼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테러’ 수준의 습격이 아니더라도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달걀 세례를 받는 등 대선 후보나 유력 정치인이 계란이나 물을 맞거나, 주먹으로 폭행당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은 22대 총선을 3개월 여 앞둔 상황에서 발생했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서는 향후 총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이번 사건에 따른 선거 유불리를 따질 수야 있겠지만, 피해자인 이 대표의 쾌유가 우선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유불리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을 향한 잦은 피습 사건에 대해 국내 정치나 우리 사회가 처한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인 테러는 명백한 범죄다. 반대하는 정치인에게 폭행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 유권자의 힘이 아닐까 싶다.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cki@kwangju.co.kr
최근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위한 서울 신촌 지원 유세 중 70대 유튜버에게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했다. 송 전 대표는 응급 수술을 받고도 유세에 나서는 등 ‘붕대 투혼’을 펼쳤다. 하지만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서 선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흉기나 둔기처럼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테러’ 수준의 습격이 아니더라도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달걀 세례를 받는 등 대선 후보나 유력 정치인이 계란이나 물을 맞거나, 주먹으로 폭행당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