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 아동·청소년의 권리 실현을 위해 - 김지희 전남중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2024년 01월 02일(화) 00:00
2022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첫 실태조사’에 따르면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입소 경험이 있는 9~18세 위기청소년 4399명 중 44.4%가 부모 등으로부터 신체폭력을, 46.0%가 언어폭력을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동학대 발생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전체 아동학대 행위자 중 약 80%가 부모에 의한 학대로 신고된다.

학대피해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권리의 주체임을 알고 진정한 의미의 아동권리 실현이 가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학대피해 아동·청소년의 가족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법무부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에서는 지난 2020년 5월 아동 권익 향상 등을 위해 민법상 징계권을 삭제하였으며, 체벌 금지를 민법에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또한 학대피해아동 뿐만 아니라 부모, 가족을 대상으로 한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동의 안전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으나 최근 코로나19, 경제적 어려움, 보호·돌봄의 공백 등으로 인해 보호자의 스트레스가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위기아동·청소년을 학대로부터 지켜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에서는 아동의 발달과정 이해, 양육 스트레스 관리, 아동권리가 보장되는 양육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부모교육을 강화한다는 주요 정책과제 등을 발표했다. 아동학대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재학대 예방을 위한 보호자 양육의 질적 성장과 그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더욱 곤고히 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학대피해 아동·청소년이 이야기 하는 ‘우리들이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하여 귀기울이고 그에 대한 부모들의 성숙한 양육 태도가 뒷받침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 방향의 수립이 요구된다.

둘째, 학대피해 아동·청소년을 위한 지역사회 내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지역사회 내 여러 유관기관 및 전문가들과 함께 학대피해아동 가정을 대상으로 한 네크워크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각 기관 및 부처별로 가지고 있는 목적이 서로 달라,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사회안전망으로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학대피해 아동·청소년들을 만나게 되면 가출을 하여 무리지어 생활을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개입을 거부하는 등 아이들을 사회적 안전체계 안에서 보호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를 확장시켜 학대피해 위기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주요 기관인 교육청 및 학교, 시·군청, 아동보호전문기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경찰 등 아이들과 직접 맞닿아 있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각 기관별 역할 체계와 정례화된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셋째, 학대피해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아동은 보호가 필요한 존재임과 동시에 존엄·권리를 지닌 권리의 주체이다. ‘아동 행복’은 성인기까지 연결되어 개인 전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사회·국가 발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요소이다. 학대피해 아동·청소년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어 비난이나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 아동학대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행복한 아동의 모습을 비춰봄으로써 우리사회가 아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깨닫게 되는 변화를 맞이하길 소망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에는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구절이 있다. 한 송이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물, 토양, 햇빛 등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듯 오래 보고 피워 내야 할 꽃인 아동·청소년도 그러할 것이다. 아동·청소년이란 싹을 기대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실현해 주고자 하는 성숙한 시민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