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슈퍼볼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01월 01일(월) 23:00
NFL(미국 프로풋볼)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Super Bowl)은 미국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1억 명을 TV 앞으로 불러들이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슈퍼볼이 열리는 ‘슈퍼 선데이’(매년 2월 첫째 주 일요일·올해는 2월 11일)는 풋볼로 미 대륙이 하나 되는 날이다. 집집마다 파티를 열어 가족·지인들과 즐기면서 ‘대통령 취임식도 슈퍼볼과 겹치면 연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올해 40개가 넘는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을 ‘슈퍼볼’에 빗대 ‘민주주의의 슈퍼볼’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대선을 비롯해 러시아, 대만, 인도, 이란 등 선거가 치러지는 국가 인구를 합하면 42억 명에 이르니 ‘전례없는 투표 이벤트’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숫자 때문은 아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세계적 권력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고 민감한 국제 이슈의 향방에 변화를 줘 40억 명 이상 유권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선거로 대표자를 뽑는 게 민주주의의 대표로 인식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미 뉴욕대 정치학 교수 버나드 마넹은 ‘선거는 민주적인가’라는 책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 몽테스키외, 루소 등의 입장을 전하고 고대 아테네인들에게 비민주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선거가 어떻게 균형 체제를 갖추면서 민주적으로 변모되는지를 분석했다. 선출직 대표는 투표하는 사람과는 사회적으로 다른 ‘탁월한’ 시민일 수밖에 없고 대표의 결정과 행동은 뽑은 사람들의 의지와 다를 수 있어 불평등하고 비민주적 형태를 보이지만 재선의 대상으로 유권자의 평가를 받게되면서 선거가 모든 시민이 통치자를 임명하고 해임할 동등할 권리를 갖게 되는 민주적 모습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 총선은 중요한 시기에 치러진다. 한반도 긴장 고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응,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더미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정율성 기념사업 등 우리 사회를 분열시킨 극단적 반목도 다독여야 한다. 대한민국호의 항로를 결정할 대표를 선출하고 평가하는 것, 유권자의 최우선 책무다.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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