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 순례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3년 12월 28일(목) 00:00 가가
모든 게 어설펐던 초년 기자 시절,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어깨가 축 처져 있었을 때 처음으로 칭찬 받은 기사가 있었다. 광주의 오래된 가게 초화당 제과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었다. 전일빌딩 맞은 편에 자리한 초화당 제과점은 1965년 문을 연 광주의 터줏대감이었다. 취재에 응해준 광주의 어른들은 중·고등학생 시절 교복 입고 미팅하던 장소였다며 재미난 에피소드를 줄줄이 들려줬었다. 정확한 기사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제과점을 들락거렸던 많은 이들이 폐업을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사라진 한미쇼핑 앞의 영미제과도 나에겐 추억의 장소 중 하나다. 누군가에게는 목포 코롬방 제과나 순천 화월당이 옛 기억을 떠올려주는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화순 도곡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장성 등 광주 인근에 대형 카페가 많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도곡엔 ‘빵집 로드(road)’라 이름 지어도 좋을 만큼 대형 빵집이 즐비했다. 동명빵집 분점부터 위철민 제빵소, 별을 바라 보며 빵을 굽다 등 다양한 빵집이 시선을 잡았다. 전국의 빵순이, 빵돌이들이 이름 난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 순례’가 인기다. 빵순이는 아니지만 나 역시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대구 삼송빵집 등 전국의 ‘오래된 빵집’을 찾아갔으니 트렌드가 된 건 분명하다.
광주 대표 빵집 궁전제과가 창업 50년을 맞았다. 윤재선 대표가 펴낸 ‘광주 빵의 자존심 궁전제과 50년’ 책자를 보며 새삼 ‘기록’의 중요성을 떠올렸다. 책을 통해 시내에 나오면 꼭 사먹던 밀크쉐이크의 첫 등장이나 공룡알빵, 나비파이 등 히트 상품의 탄생 비화를 알 수 있었고 특히 1970~80년대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취재 차 궁전제과 2층을 찾았을 때 전시된 옛 포장지 등을 보니 거짓말처럼 추억들이 떠올랐다.
1953년 창업, 올해로 70년이 된 부산 삼진어묵에 들렀을 때 부러운 게 있었다. 삼진어묵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었다.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오래된 빵집은 오래된 빵집대로,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젊은 빵집은 젊은 빵집대로 각자의 ‘맛’을 지켜가며 역사를 차곡차곡 기록해나가면 좋겠다.
/mekim@kwangju.co.kr
며칠 전 화순 도곡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장성 등 광주 인근에 대형 카페가 많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도곡엔 ‘빵집 로드(road)’라 이름 지어도 좋을 만큼 대형 빵집이 즐비했다. 동명빵집 분점부터 위철민 제빵소, 별을 바라 보며 빵을 굽다 등 다양한 빵집이 시선을 잡았다. 전국의 빵순이, 빵돌이들이 이름 난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 순례’가 인기다. 빵순이는 아니지만 나 역시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대구 삼송빵집 등 전국의 ‘오래된 빵집’을 찾아갔으니 트렌드가 된 건 분명하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