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이것이 우리가 사는 본바탕이여
2023년 12월 27일(수) 00:00 가가
심홍섭 화순군 문화재 전문위원
화순에는 무형문화유산이 많다. 그 이유는 화순군이 속한 자연과 지역적 특성이 그대로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형문화유산은 화순의 지역적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화순은 전남의 중앙에 위치한 내륙지방에 속한다. 또한 특이하게도 전남의 큰 강줄기인 섬진강 문화권과 영산강 문화권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 지역이면서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 화순이기도 하다.
화순군은 1914년 이전에는 들판이 많은 능주 지역(능성현)과 산이 많은 동복 지역(동복현)과 그 사이에 있는 화순 지역(화순현) 등 세 곳의 지역이 독자적인 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지역에 맞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 되었다.
동복 지역의 산간 문화와는 다르게 능주 지역에는 평야 문화가 잘 나타난다. 화순의 대표 강줄기인 지석강은 쌍봉사 앞 용박굴에서 시작하여 능주 일대를 적시며 남평으로 흘러가 본격적인 영산강과 합류한다.
이곳 능주 일대에서는 지석강 주변으로 형성된 넓은 들판으로 인해 논농사가 발달하였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넓은 들판을 목숨줄로 여기며 농사를 짓고 살았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들소리가 성했다.(이 지역에는 노래를 소리라고 표현한다.) 들소리는 논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는 남자들의 소리이다. 힘든 논 농사를 지으면서 부른 ‘능주 들소리’는 참으로 유장하다. 말없이 흐르는 지석강을 그대로 닮은 듯 하다.
인근 도암면 도장리와 화순읍 내평리에는 논농사도 많지만 밭농사가 더 많다. 논농사는 주로 남성들이 주축이 되지만 밭농사는 온전히 여인들의 몫이었다. 특히 밭농사와 관련된 가장 큰 일거리는 길쌈이었다. 밭에 무명씨를 뿌리고 풀을 뽑고 키워 가을에 무명솜을 따서 물레를 돌려 무명실을 만들고 베틀을 타서 무명천을 만드는 모든 과정의 지난한 노동은 온전히 여인들이 감당해야만 했다. 이렇게 힘든 노동의 과정 속에 나온 노래가 여인들의 흥어리 타령인 길쌈노래다.
이러한 노래들과 우리 어머니들의 고단했던 노동의 삶을 잊지 않고 전승하기 위해 ‘내평리 길쌈노래보존회’를 만들고 해마다 전승 행사를 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 동안 전남도 주최 전남민속예술축제에 나가 대상을 받았고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전국민속예술축제에 전라남도 대표로 나가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경주에서 열린 제14차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개막 공연을 하면서 세계인의 지대한 관심 속에 화순과 내평리 마을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내평리 길쌈노래를 지난 겨울이 시작될 무렵 광주 전통문화관에서 연락이 와서 공연을 했다. 이제는 꼬부랑 할매들이 다 되어 걸어 다니는 것도 불편하지만 살다 보니 전문 공연장에서 번듯하게 공연을 하게 되었다며 오히려 우리 할매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할매들은 인솔하여 가면서 나는 그랬다.
“잘 할라고 할 필요없이 우리 엄니들이 당시 길쌈하면서 불렀던 대로 하시면 되요.”
스물 다섯 분의 할매들이 들어서니 공연장이 꽉 찼다. 관객들 바로 앞에서 물레를 돌리고 다듬이질을 하고 베틀을 짰다. 이렇게 길쌈의 전 과정을 공연장에서 보여주면서 노래를 부르니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은 신기해 했다. 어떤 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도 했다. 길쌈노래에 담긴 고단한 여인들의 삶을 공감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공연한 할매 몇 분의 인터뷰도 있었다.
선소리를 하시던 섶매댁 할매(87)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나가 지금까지 살아온 본 바탕이여. 어디 더하고 빼고 흘 것이 없어요.”
내가 화순군에서 관련 일을 하면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역의 무형문화유산은 그 지역의 정체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유산이면서 공동체의 원형질이기 때문이다. 올 한해 우리 어머님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내내 건강하세요.
동복 지역의 산간 문화와는 다르게 능주 지역에는 평야 문화가 잘 나타난다. 화순의 대표 강줄기인 지석강은 쌍봉사 앞 용박굴에서 시작하여 능주 일대를 적시며 남평으로 흘러가 본격적인 영산강과 합류한다.
이러한 노래들과 우리 어머니들의 고단했던 노동의 삶을 잊지 않고 전승하기 위해 ‘내평리 길쌈노래보존회’를 만들고 해마다 전승 행사를 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 동안 전남도 주최 전남민속예술축제에 나가 대상을 받았고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전국민속예술축제에 전라남도 대표로 나가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경주에서 열린 제14차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개막 공연을 하면서 세계인의 지대한 관심 속에 화순과 내평리 마을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내평리 길쌈노래를 지난 겨울이 시작될 무렵 광주 전통문화관에서 연락이 와서 공연을 했다. 이제는 꼬부랑 할매들이 다 되어 걸어 다니는 것도 불편하지만 살다 보니 전문 공연장에서 번듯하게 공연을 하게 되었다며 오히려 우리 할매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할매들은 인솔하여 가면서 나는 그랬다.
“잘 할라고 할 필요없이 우리 엄니들이 당시 길쌈하면서 불렀던 대로 하시면 되요.”
스물 다섯 분의 할매들이 들어서니 공연장이 꽉 찼다. 관객들 바로 앞에서 물레를 돌리고 다듬이질을 하고 베틀을 짰다. 이렇게 길쌈의 전 과정을 공연장에서 보여주면서 노래를 부르니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은 신기해 했다. 어떤 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도 했다. 길쌈노래에 담긴 고단한 여인들의 삶을 공감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공연한 할매 몇 분의 인터뷰도 있었다.
선소리를 하시던 섶매댁 할매(87)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나가 지금까지 살아온 본 바탕이여. 어디 더하고 빼고 흘 것이 없어요.”
내가 화순군에서 관련 일을 하면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역의 무형문화유산은 그 지역의 정체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유산이면서 공동체의 원형질이기 때문이다. 올 한해 우리 어머님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내내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