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동파
2023년 12월 21일(목) 22:00
우리나라에서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기 어렵듯이, 보일러 없이 겨울을 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보일러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온돌은 고대 옥저와 고구려의 구들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온돌은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에 등장한다. 유목민족들이 방에 직접 불을 피우는 원시적인 난방법과는 달리, 온돌은 열기로 방 전체를 데우는 차원이 다른 과학적 원리가 사용됐다. 조선시대 인조실록에는 사대부 집의 노비까지 온돌방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서양에서 보일러는 17세기 스코틀랜드의 과학자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기기관을 발명하는 과정에서 보일러를 개발했는데, 당시에는 목재나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원시적인 구조의 보일러가 사용됐다고 한다. 19세기 들어서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자리잡으면서 보일러 기술도 발전하기 시작했고, 강철과 같은 소재 개발로 고온 고압의 증기를 생산할 수 있는 보일러가 등장했다. 20세기에는 난방과 온수 공급을 목적으로 한 보일러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돼 발전을 거듭해갔다.

우리나라에선 1961년 최초의 가정용 보일러라고 할 수 있는 온돌을 개조한 ‘연탄 온수 보일러’가 등장했다. 이듬해부터는 다양한 산업분야 보일러가 나오는 등 보일러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1975년 기름 보일러가 급성장해 1980년대 주종을 이뤘는데 이때부터는 보일러를 방안에서 끄고 켤 수 있게 됐다. 현재의 가스 보일러는 1987년께 도입됐다.

겨울 한파가 지속되면서 주택가와 아파트 곳곳에서 보일러 동파가 발생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도 동파 사고가 빈발하면서 제때 수리를 받지 못해 혹한에 떠는 가정들이 많은 실정이다. 피해 가정들은 보일러 회사에 사고접수를 해도 고치는데 하루 이틀 정도가 걸리고, 단순 동파가 아닌 부품 동파일 경우에는 해당 부품을 구하느라 나흘 정도를 추위에 떨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겨울철 동파는 매년 되풀이되는 사고이다. 보일러 회사들이 판매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에도 신경써주길 바란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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